brunch

목포의 어느 설렁탕집에서 배운 브랜딩의 4가지 지혜

1.


어느 식당이든 주방을 다루는 일이 가장 어렵다. 설렁탕 집도 마찬가지다. 먹기에는 쉬워 보이는 이 음식이 실제로 어마어마한 노동의 시간과 강도를 필요로 한다. 사골을 우려내 식탁 위에 음식을 올리기까지 대략 33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 때문에 툭하면 주방장들이 도망?을 가곤 한다.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주방의 인력을 지킬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식당 주인은 여러 주방장들과 조기 축구를 시작했다. 이렇게 쌓은 친목으로 인해 그는 언제든 원하는 주방 인력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이 사는 곳에서 함께 어울리며 식당을 운영했다. 음식을 만드는 일이 사람을 다루는 일임을 일찌감치 깨달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


안양과 서울, 당진을 거쳐 지금의 터에 설렁탕집을 열었을 때였다. 그는 처음부터 식당 앞에 있는 넓은 공터를 주차장으로 확보해두었다. 앞선 식당에서의 경험으로 그는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일이 '주차'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적지 않은 비용이었지만 이런 선택은 식당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식당의 기본은 물론 음식이다. 하지만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기대가, 맞딱뜨리는 불편과 불만에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359742570_7215341268510650_3306299467342651355_n.jpg


3.


지금처럼 식당이 자리를 잡기 전, 식당 주인 부부는 어떻게 하면 손님들을 불러 모을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다. 사실 설렁탕은 전라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음식이 아니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서울, 수도권의 음식이었다. 그래서 그는 해마다 노인정에 들러 동네 노인들에게 따끈한 설렁탕을 대접했다. 코로나 때는 독거 노인들에게 일일히 포장된 설렁탕을 배달해 드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 사이에 '장수옥'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사실 노인들은 이 설렁탕집의 잠재 고객이 아니었다. 노인들은 식당을 찾을 돈도 여유도 없는 손님들이었다. 그러나 해마다 고향을 찾는 자녀들에게 노인들은 장수옥이 꼭 들러야만 하는 식당이라고 강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식당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손님들은 단골이 되었다.


4.


이 식당은 비교적 넓은 홀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수가 상당하다. 하지만 지금도 식당의 한쪽엔 앉은뱅이 의자를 마련한 별도의 공간이 있다. 바로 임산부들, 아이를 둔 엄마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하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다. 사실 이런 손님들은 식당에서 반기는 경우가 드물다. 상대적으로 넓은 식탁을 차지할 뿐 아니라 얌전하게 밥을 먹고 갈리 만무한 아이들 때문이다. 하지만 식당 주인은 임산부를 배려한 식당의 공간을 테이블로 넓힐 생각이 없다. 이곳에서만이라도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이 마음 놓고 아이들과 함께 한끼 식사를 하고 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식당의 회전율과 매출을 생각한다면 사실 이 공간은 진즉에 없앴어야 맞다. 그러나 식당 주인은 여전히 고집을 부리고 있다.


358714310_7215341441843966_3963859022831606774_n.jpg


5.


설렁탕은 아주 평범한 음식이다. 오랜 역사를 견뎌온 음식인만큼 특별하게 만들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만들기 쉬운 음식은 더더욱 아니다. 툭하면 주방장들이 도망 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목포에 있는 '장수옥 설렁탕'은 이미 지역에서 유명한 맛집이 되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찬찬이 뜯어보면 결코 '맛' 때문만은 아님을 금방 알게 된다.


브랜드란 결국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일련의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이 집의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직원과 손님을 위하는 보이지 않는 마음 때문이다. 비주얼과 트렌드와 컨셉에 매몰된 가게는 몇 십년의 시간을 견딜 수 없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나면 더 갈 이유가 없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목포의 '장수옥 설렁탕'은 손님들이 다시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음식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는 일, 바로 그것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