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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음식점과 나이키의 브랜딩

예를 들어 당신이 지방의 어느 도시에 식당을 열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식당을 어떻게 알려야 손님이 밀려들게 할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음식 연구에 진심을 다하며, 꾸준히 식당을 알릴 자본과 인내심이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식당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서 당신은 홍보를 대행해주는 회사를 찾는다. 1000만원을 내고 브로커를 만나 500만원을 내고 대표 메뉴를 개발한다. 그리고 그 브로커를 통해 TV에 출연한다. 역시 1000만원 정도를 내고 TV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도합 2,3000만원 정도를 들이면 당신은 적어도 1년을 견딜 손님을 얻을 수 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문제는 이런 방식이 오랫동안 통해온 식당의 홍보 방식이라는 거다.


나이키는 신발을 만들지 않는다. 오직 디자인만 할 뿐이다. 2D로 스케치만 해서 넘기면 3D로 제품 개발이 진행되고 전 세계의 하청 공장에 디자인이 넘어간다. 그리고 온갖 갑질이 자행된다. 하청 업체의 이익률은 어마어마하게 낮다. 하지만 이 공장들의 매출이 몇 조에 달하니 이 구조가 유지된다. 나이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폭스콘은 알려진 회사이지 그렇지 않은 공장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브랜드와 브랜딩의 이상과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갑자기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란 노래가 떠오른다. 우리가 책에서 배우는 브랜딩은 얼마나 우아하고 멋진 이야기인가.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진흙탕처럼 더렵고 추하고 냉정하기 마련이다.


데이비드 아커는 브랜드를 철저히 기업의 입장에서 접근했다. 반면 케빈 케인 켈러는 고객과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의 영향력을 연구했다. 나는 이 둘의 간극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입장에서의 브랜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인지도 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입장에서의 브랜딩은 산 정상에 이르는 길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나같은 개인 사업자나 스몰 브랜드가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래서 복합적이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 시각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브랜드를 소비하면서 동시에 생산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에서의 브랜딩은 학자들의 그것처럼 선명하고 명료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통역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를 지나치게 이론적으로 현학적으로 접근하지도 않으면서, 또한 현실에 기반한 브랜딩 과정의 명과 암을 정확하게 인지한 상태에서 브랜딩의 이론과 방법론을 정리하고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브랜드 역시 하나의 트렌드나 방법론으로 소비되지 않고 오랜 기간에 걸쳐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사업가들에게 명확한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식당 주인의 푸념도 들으면서, 때로는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경영자가 토로하는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현장형 브랜드 이론가에 대한 기대, 나는 그런 유능한 브랜드 전문가가 세상에 등장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언제까지 데이비드 아커와 켈러, 케퍼러 교수의 그늘 아래 숨어 대충 아는체 하며 브랜드를 이야기할텐가. 안타깝지만 이게 브랜드와 브랜딩을 이야기하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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