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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에 진심입니다, 머슴고기

천 일 동안, 오늘의 브랜드 #179.

1. 그는 유도 선수 출신이다. 두 딸도 역시나 유도를 한다. 다부진 체격에 단단한 몸이지만 얼굴 표정은 선하기 그지 없다. 선수 생활을 그만 두고 어느 채권 회사에서 회사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현장에 나설 일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오피스텔에서 머무는 3년 동안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기 에이지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2. 이후 식당을 오픈한지 7년이 지났다. 그는 돼지고기를 독특한 방법으로 에이징한다. 된장을 바른 후 삼베를 덮어 숙성시킨 후 대추와 발효시킨 효소로 천연의 단맛을 입힌다. 이렇게 된장 에이징을 시킨 고기는 아주 독특한 맛을 가진 고기로 거듭난다. 목살은 육즙이 넘치고 식은 삼겹살은 굳지 않고 여전히 부드럽다.


3. 그의 고기는 식당 직원들이 가장 좋아한다. 에이징한 후 가공 과정에서 나온 짜투리 고기를 모두 가져간다. 딸이 운동하고 있는 용인대 유도부에서 매주마다 이 고기를 공수해서 가져간다. 심지어 500곳의 고깃집에 불판을 공급하는 업체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고기를 주문해서 가져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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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성 시청 인근에만 40여 곳의 고깃집이 있다. 인구 2만이 채 되지 않는 이곳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도 주변 업체 사장님들의 시기와 질투로 한달에 너댓 번은 구청과 시청에서 현장 감사가 나온다. 그래서 그의 매장은 유리알처럼 깨끗한 청결 수준을 유지한다. 그럼에도 사장님은 사람 좋은 웃음을 웃는다. 오랫동안 운동을 한 그지만 사람과 싸우는 일을 가장 멀리 하기 때문이다.


5. 사장님은 고기에 진심이다. 지난 7년 간 오로지 맛있는 고기를 만드는 데만 집중해왔다. 그래서 마케팅에도 브랜딩에도 온라인 판매에도 관심이 없다. 가게 근처 스무 평 정도의 공간엔 그가 숙성시키는 고기로 가득하다. 매일 같이 연구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객단가가 높다. 서너 명이 와서 수십 만원 어치의 돼지고기를 먹고 간다. 맛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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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 가게의 이름은 '머슴고기'이다. 이 이름은 사장님의 이미지와 찰떡 궁합이다. 다른 곳을 기웃하지 않고 오직 맛있게 고기를 숙성시키는데만 전념한다. 마치 시킨 일에만 묵묵히 전념하는 조선 시대의 머슴처럼. 그는 스스로 죽은 고기도 살려낼 수 있다고 자부한다. 이런 숙성 기술은 이미 특허까지 등록한 상태다.


7. 어떤 가게는 맛으로 승부하고, 어떤 가게는 서비스로 승부한다. 어떤 가게는 규모로, 어떤 가게큰 컨셉으로 승부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과연 '그들다운' 방법이고 길인가의 여부다. 이 가게는 얄팍한 마케팅으로 손님을 모을 생각이 없다. 그러나 한 번 맛을 본 고객은 단골이 된다. 과연 이 고깃집에 필요한 마케팅은, 브랜딩은 무엇일까? 컨셉으로 흥한 고깃집들이 번성하는 시대에 다시금 기본과 원칙에 집중하는 이 가게가 반가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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