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4년 3월 문 연 ‘옥인피자’의 노민호(38) 대표는 ‘낡은 풍경’을 사랑했다. 중랑구 면목동 단독주택에서 조부모까지 함께 살았던 유년기를 떠올리게 하는 정겨움이 있었다. 아내인 유지은(36)씨는 전혀 달랐다. ‘원스톱생활’이 가능한 반포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신혼집을 꾸리는 걸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동네에 살 수 있을까” 했던 생각은 첫 집을 보고 바뀌었다. 나지막한 지붕 아래 작은 마당이 있는 집. 대문만 나서면 인왕산의 사계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 곳에서 ‘우리 식의 삶을 살아도 괜찮겠다’ 싶어졌다. (중앙일보, 2017.10)
2. 옥인피자는 마음씨 좋은 신혼부부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서촌 신혼집을 개조해 만든 아담한 피자집이다.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단호박 치즈피자는 사장님이 매일 시장에서 직접 고른 싱싱한 단호박을 하나하나 정성껏 갈아 만든 퓌레로 만들어진다. 지나치게 달거나 인위적인 맛 없이 담백하고 깔끔한 단호박 퓌레와 노릇노릇하게 구운 도우의 조합은 마치 건강한 퀘사디아 같다. 아무리 맛있는 피자라도 그 하나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대식가라면 주저하지 말고 감자튀김과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를 주문할 것. (W, 2014.08)
3. “처음엔 음식점을 할 생각이 없었어요. 신혼집으로 구했다가 ‘집도 넓은데 테이크아웃 피자나 만들어 팔아볼까’ 하다가 판이 점점 커진 거예요. 오빠가 동탄에서 피자가게를 할 때 거들었던 경험만 믿었어요. 대신에 남들이 하는 것 말고 우리가 매일 먹어도 좋을 피자를 연구했지요.” (중앙일보, 2017.10)
4. ‘옥인피자’는 가게의 모토처럼 ‘조금 느리지만 건강하게’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우선 직접 반죽한 피자 도우는 하루 동안 저온 숙성시켜 사용한다. 이렇게 만든 도우 두 개를 얇게 펴서 굽고, 그 사이에 수제 소스를 넣는다. 피자 메뉴 중 세 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는 단호박치즈피자. 합성감미료가 잔뜩 들어간 단호박무스는 사용하지 않는다. 질 좋은 단호박을 찾아 생크림과 우유만 넣고 단호박무스를 만들어 넣는다. 단맛은 오로지 꿀로만 낸다. 한 입 먹으면 마치 이유식을 먹는 것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진다. (조선일보, 2017.02)
5. 메뉴판에 적힌 ‘조금은 느리지만 건강하게’라는 말처럼, 피자는 한참 만에 나왔다. 이 집에 오는 손님 90%가 주문하는 단호박 피자다. 노릇노릇 도우 두 장 사이에 각종 토핑이 들어있는 일종의 퀘사디아 같은 형태다. 노랗게 삐져나온 호박소스가 행여나 흐를세라 손바닥으로 받치고 깨물었다. 어렸을 때 동네 텃밭엔 넝쿨 호박이 흔했다. 엄마가 큰 솥에 쪄낸 호박 속을 숟가락으로 푹푹 긁어내 뭉근히 끓여주신 죽은 설탕 없이도 단맛이 났다. 그 호박죽의 기억이 지금 목구멍을 따스하게 적신다. 부부가 일주일에 한 번 경동시장에서 사오는 단호박(품종 아지헤이)에다 생크림·우유 등을 첨가해 매일 새벽에 만드는 소스다. (중앙일보, 2017.10)
6. “둘 다 전문 요리인 출신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게 피자의 정통인지 아닌지 깊이 고민 안 해요. 그저 피자라는 형태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속 부대낌 없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게 목표죠. 오히려 우리 음식을 통해 피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요.” (중앙일보, 20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