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루하거나 졸리거나 무료해지면 브랜드 검색을 한다. 걔중에는 익숙한 브랜드도 있고 요즘 막 뜨고 있는 핫한 브랜드들도 있다. 이런 브랜드를 검색하다보면 오랜 브랜드는 브랜드대로, 이제 막 알려진 브랜드들은 그들 나름대로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다양한 언론과 신문, 또는 인플루언서들은 이런 이야기를 인터뷰나 르뽀 형식으로 대중에게 소개한다. 그러나 이렇게 흩어진 스토리의 조각을 무차별적으로 만나다 보면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참고로 1970년대 미국 사람들은 하루에 500여 개의 광고를 만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놀랍게도 매일 6,000개의 광고를 접한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해진다.
그래서 나는 이들 브랜드를 12개의 단계로 구분히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12개의 요소는 지금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의 Why나 핵심가치, 차별화 요소, 컨셉, 로고, 슬로건 등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단계에 따라 브랜드 정보를 수집하다면 컨셉과 스토리가 기가 막히게 서로 연결되는 브랜드들을 만나게 된다. 정리하는 과정에 깨닫게 된다. 아 이 브랜드는 태생부터 핵심 가치와 마케팅, 스토리가 정확하게 연결되는구나,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12개의 브랜드를 위의 단계로 정리해왔고 앞으로 이러한 작업을 게속해가려고 한다. 그리고 이 단계들을 게임화해서 누구라도 쉽고 재미있게 브랜드를 공부하고 학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발견한 좋은 브랜드, 앞뒤가 맞는 브랜드, 수미상관한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들일까? 그것은 브랜드의 'Why'가 핵심가치로 전이되고, 이 핵심 가치게 제품의 생산 과정은 물론 마케팅과 프로모션까지 일관되게 이어지는 브랜드들이다. 가장 최근에 정리를 끝낸 '레드불'을 보자. 이들은 일종의 자양강장제에 '젊음과 열정, 도전'이라는 핵심 가치를 부여했다. 그리고 이를 익스트림 스포츠 같은 상징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알고 보면 박카스인데 한 해에 75억 캔이 팔리는 어마어마한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다. 잘못 마시면 가슴 뛰고 심지어는 생명에도 지장을 줄 수 있는 이 각성제가 브랜드로 넘어오면서는 일종의 '신념'이 되었다. 이러니 내가 브랜드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이 '재미'가 단순한 흥미나 즐거움과는 또 다른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재미는 깨달음과 발견, 유레카의 경험이 주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드비어스가 파는 다이아몬드는 그저 조금 단단한 돌일 뿐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 돌에 '영원'이라는 가치를 집어 넣어 돈을 주고도 못하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기네스 맥주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에서 귀화해 성공한 일본인의 브랜드 쯤 된다. 아일랜드의 자부심으로 알려진 이 브랜드를 잉글랜드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기네스는 그 지역 사람들을 끔찍히도 아끼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인들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외국 브랜드만 이야기해서 서운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까지 발견한 12개의 브랜드들 중 키티버니포니라는 스몰 브랜드를 너무도 좋아한다. 10여년 전 만난 김진진 대표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하고도 조용한 주부 사장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의 대기업들이 줄을 서서 콜라보를 기다리는 멋진 패브릭 브랜드로 성장해 있었다. '장미공업사'가 만드는 자수 제품이 이런 브랜드가 될 줄을 그 누구가 상상이나 했을까? '닥터 자르트'의 성공담은 더 극적이다. 비비크림을 잘 만들던 이 회사는 이성과 감성의 만남이라는 가치를 부여해 에스티 로더에 무려 2조원에 매각하는 놀라운 비즈니스의 성과를 보여 주었다. 이들의 성공 공식은 그 이름에서부터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Doctor + Join + Art = Dr. Jart. 의사가 예술을 만나면 '치유의 예술적 경지'에 이르게 된다니... 이들은 화장품을 만든 것일까? 아니면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브랜드를 연구하다보면 시장이 말하는 '차별화' 요소만으로는 2% 부족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배민의 한명수 이사의 말대로 이 시장은 물건을 '판매하는' 마케팅의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단계에 이르면 스펙과 수치의 비교가 의미없어지는 임계점을 만난다. 그런데 이런 브랜딩을 꼭 애플이나 테슬라만 하라는 법이 또 어디 있는가. 그들도 한 때는 아주 작은 브랜드였다는 사실을 브랜드의 역사와 스토리를 정리하다보면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나는 이미 이전 회사에서 가방을 메고 온 대학생들이 만든 '로우로우'라는 브랜드를 잘 알고 있다. 이 이름이 그때 당시 우리가 만들었던 브랜드 잡지의 특집 기사 제목이었다는 사실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바야흐로 작은 브랜드들의 성공 시대가 도래하리라 믿어 의심지 않는다.
Small Makes All,
Small step for Small brand,
빅 브랜드들의 작은 시작...
지금 내가 운영하고 있는 스몰 브랜드 연대의 '슬로건' 후보작들이다. 이 모임의 핵심 가치는 물론 '연대'이다. 그것도 '현재의 작음'과 '미래의 위대함'이라는 핵심 가치를 동시에 품은 연대이다. 나는 우리 안의 치열한 고민과 도전을 통해서 미래의 빅 브랜드를 위한 작은 시작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생명을 복제할 순 없지만 이 시대의 위대한 브랜드들로부터 받은 가치를 복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기네스의 지역에 대한 사랑, 레드불스의 도전과 열정, 러쉬의 지구 사랑, 드비어스의 영원함에 대한 가치, 할리 데이비슨의 자유, 닥터 자르트의 예술성까지... 이 100여 개의 브랜드 안에서 탄생할 위대한 빅 브랜드의 모습은 어떻게 이 세상을 바꿔놓을까. 당장 눈 앞의 고민을 넘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것은, 앞서 얘기한 12단계의 브랜딩 요소들을 하나 하나씩 알차게 채워가는 것이다. 이 머나먼 여정의 시작은 언제나 아주 작은 '스몰 스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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