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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피리'를 불고 있습니까?

12단계의 브랜딩 프로세스를 강의안으로 정리 중이다. 개념에서부터 실제 컨설팅 사례, 워크시트까지를 포함한 패키지?로 개발하려다보니 예전의 강의안과 자료를 모두 다시 꺼내보고 있다. 다행인건 내가 이 일을 즐긴다는 것이다. 마치 추리소설의 마지막 장을 향해 나아가는 여름날의 독서처럼 흥미롭다. 아무튼 1장의 Why를 손쉽게 마무리하고 2장으로 나아가는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곱씹어 보고 있는 중이다.


1장이 업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2장은 나와 세상의 욕망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업의 주체인 나의 욕구와 세상의 욕구, 즉 Paing Points 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일이다. 만일 한 사람이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제품을 만든다면 '장인'이 된다. 시장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시장의 필요만 따른다면 개성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마치 김밥천국처럼 손님이 뭘 좋아할지 몰라 일단 다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것도 컨셉이라면 컨셉이지만 매력적이진 않다. 이 접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을까?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 자신도 고객의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메타인지처럼 나를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객관화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나와 고객을 분리하지 않고도 내가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의 Pain Point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통점, 즉 가려운 곳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너무 수동적이다. 그래서 나는 '스몰 스텝'에서 썼던 드라이빙 포스를 말을 꺼내보았다. 나와 고객들을 움직이는 힘, 그 안에는 인간의 필요와 욕망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인산인해를 이룬 대기줄의 무료함을 견디고 특정 식당으로 사람들을 끌고 가는 힘이 있다.


어릴 적 읽었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뭔가 섬뜩한 분위기의 소설이긴 하나 실상을 보면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많은 경우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않는다. 17만 5천원짜리 애플 펜슬과 44만원짜리 매직 키보드가 어떻게 상식적인 소비일 수 있겠는가. 그건 애플이라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합리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 브랜드의 매력에 끌린 것이다. 어쩌면 이 매력애 애플이란 브랜드가 우리에게 주는 Driving Force가 아닐까?


세상에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브랜드도 너무나 많다. 걔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브랜드는 레오 119라는 가방 브랜드이다. 이 가방은 소방관들이 입다 버린 방재복으로 가방을 만든다. 그리고 수익금의 절반을 암투병 중인 소방관들의 병원비로 후원한다. 벌써 2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혜택을 입었다. 친환경 하면 파타고니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나는 이들이 가진 매력을 파타고니아의 드라이빙 포스라고 부르고 싶다. 사람들을 선한 소비로 이끄는 마력, 이것이 바로 개인의 강점, 수동적인 pain point를 넘어선 12단계의 2번째 단계, 드라이빙 포스의 실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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