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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베이글'의 12단계 브랜딩 프로세스 정리

1. Why


- 베이글, 식빵, 크루아상처럼 중간 정도로 부드럽고 달지 않은 빵들을 팔아보면 어떨까?


- 왜 사람들은 베이글을 반죽의 맛으로 먹기보단 크림치즈와 버터 등 스프레드(발라먹는 소스) 맛에 의존하는 것일까?


2. Core Value


- 창업은 본인이 해야만 하는 이유와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해요. 또 실패에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실패는 정말 무서운 거예요. 한 사람과 가족의 모든 것을 통째로 무너트릴 수 있거든요. 저는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성공보다 실패 사례를 더 많이 찾아보라고 해요. 실패 후 극복 과정을 참고해 미리 계획을 짜놓아야 흔들리지 않거든요. 오래 걸리더라도 성공과 실패를 위한 준비를 철저하게 한 뒤 창업했으면 좋겠어요. 인생에 한 방은 없습니다.


3. Customer & Market


- 베이글이 한국에 들어온 지는 30년이 넘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주류 베이커리중 하나였다. 유난히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오래 씹어야 하고 담백한 맛이 전부였던 베이글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 이러한 베이글의 위상이 달라진 것은 일명 ‘식사빵’ 트렌드와 연관된다. 코로나19 확산 후 한 끼를 대신할 수 있는 담백한 식사빵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베이글의 매력을 더 많은 이들이 알게됐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식빵, 베이글 등 식사빵에 해당하는 제품형 플레인빵의 2022년 시장 규모는 1227억원으로, 2018년 보다 62% 성장했다.


- 특히 베이글은 다양한 식사빵 중에서도 크림치즈 토핑이 가장 어울리는 빵이다. 기본 크림치즈 맛부터 바질, 시나몬, 쪽파, 양파, 무화과, 흑임자, 초콜릿, 망고 등 종류를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 크림치즈 대신 잠봉버터 샌드위치나 감자치즈 베이글로 먹는 등 그 활용방법도 다양하다. 이러한 토핑 선택의 즐거움은 ‘도넛’의 유행과 유사하지만, 베이글은 도넛보다 ‘쫄깃쫄깃한’ 빵에, 도넛 크림보다 ‘꾸덕꾸덕한’ 크림치즈가 들어간다. 쫄깃함과 꾸덕함은 최근 MZ세대에게 가장 인기인 식감이다.


4. Brand Story


- 코끼리베이글은 2017년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에 문을 열었다. 특별히 번화가도 아니며 빵집과 어울리지 않는 인적 드문 대로변에 위치한 매장이었지만 오픈 첫날부터 베이글이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끈다. 특히 2019년 11월 한 방송에 가게가 소개되면서 말 그대로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거듭난다. 2019년 이후로는 개점 1시간 전부터 북적이는 건 기본, 주말엔 50m까지 대기줄이 이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우연히 홀 매니저로 직무를 변경하게 됐는데, 이게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현장에서 손님을 응대해보니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빵과 식감, 변해가는 입맛과 트렌드가 보이더라고요. 세심히 관찰하며 잘 팔리는 아이템들과 그 특성에 대해 꼼꼼하게 정리해나갔어요. 어느 날 모아서 보니 사람들이 선호하는 빵에 대한 기준이 잡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내가 만약 제빵 일을 한다면 이런 맛과 식감을 가진 빵을 만들어야지’라는 꿈이 생겼어요, 손톱만 한 빛이 보인 거죠.


- 코끼리베이글은 영등포점의 성공에 힘입어 현재 용산점과 성수점까지 총 3개 직영점으로 확장했다. 작년 10월에 개장한 성수점의 월매출액만 약 3억 원, 각 매장의 일평균 베이글 판매량은 1500개에 달한다.


- 다른 제빵사들이 등한시하던 안목을 기르는 것이 곧 자신의 경쟁력이 될 거라 믿었다. 먼저 3개월간 월판매량이 꾸준히 높은 빵들을 추려낸 후 해당 메뉴들의 맛을 단맛, 짠맛, 고소한 맛 등으로 나누고 식감을 딱딱함과 부드러움의 세기로 구분했다. 그 결과 베이글, 식빵, 크루아상처럼 중간 정도로 부드럽고 달지 않은 빵들이 스테디셀러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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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여러 빵집과 카페에서 베이글을 판매할 정도로 대중적인 메뉴임은 분명했다. 게다가 식빵, 크루아상과 달리 특색 있는 전문점이 부재하단 점도 긍정적이었다. 주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완제품을 유통하거나, 매장에서 제조한다 해도 반죽과 굽는 방식이 유사하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천 대표는 베이글을 반죽의 맛으로 먹기보단 크림치즈와 버터 등 스프레드(발라먹는 소스) 맛에 의존한다는 점이 가장 실망스러웠다. 서울의 유명 빵집들을 둘러봐도 베이글 진열대엔 항상 갖가지 스프레드가 함께 진열됐다. 천편일률적인 식감 역시 개선해야 할 과제였다. 대부분 전기 오븐에 대량으로 구워내 베이글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아닌 퍼석퍼석할 따름이었다. 천 대표가 베이글에서 사업 가능성을 엿본 이유다. 반죽의 맛과 식감이 살아있는 베이글이라면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천 대표는 매장용으로 마련한 임대 공간에 화덕을 설치한 후 연구를 이어갔다. 처음 베이글을 구웠을 땐 망연자실했다. 불에 그을려 타버린 베이글을 보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사실 화덕은 베이커리에서 사용하기엔 비효율적인 장비다. 온도 유지를 위해 장작을 보충해 주고, 열이 골고루 전해지도록 빵을 수시로 돌려줘야 해서다. 또한 비좁은 입구를 활용해 굽다보니 전기 오븐처럼 대량 조리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초기 내부 온도, 장작의 양, 뒤집는 타이밍 등 여러 조건이 최적화되지 않으면 화덕의 장점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 천 대표는 스스로 화덕 전문가가 돼야만 했다. 장작을 보충하고 베이글의 방향을 돌리는 타이밍, 굽는 개수에 따른 초기 온도 차이 등 세세한 요소들을 기록하며 굽기를 반복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베이글이 수북이 쌓일 정도로 구우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정식 오픈 후에도 최적화된 화덕 활용법을 완성하기까지 1년간 연구를 거듭해야 했다.


5. Product &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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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ifferentiation


- 코끼리베이글에선 스프레드를 판매하지 않는다. 오픈 초반엔 스프레드가 없어서 항의하는 손님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천 대표는 새로운 스타일의 베이글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소스에 쓰일만한 재료를 아예 반죽에 섞은 것이 묘수였다. 구워질 때 재료의 맛이 반죽에 깊숙이 스며들기 때문에 먹을 때도 스프레드를 바를 필요가 없어서다. 단 새로운 맛을 완성하기 위해 양파, 참깨, 블루베리 등 소비자들이 베이글에서 자주 접한 식재료들은 취급하지 않았다.


- 천 대표는 서울의 재래시장들을 순회하며 영감을 얻었다. 대추와 무화과처럼 향이 강렬하지만 여러 간식에서 접해 온 덕분에 대중의 거부감이 덜하고, 시금치와 잣처럼 맛이 담백해 베이글 맛을 헤치지 않는 원물들을 선정했다. 계절별 식재료의 품질에 따라 메뉴 구색도 조정했다. 가령 시금치의 품질이 아쉬운 여름엔 시금치 베이글 대신 제철 부추로 만든 부추 베이글을 판매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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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메뉴 개발법은 2가지 이상의 서양 식재료를 혼합하기. 시중에는 어니언 베이글, 블루베리 베이글 등 한 가지 재료만 부각된 메뉴가 많다는 점에서 떠올린 발상이었다. 서로의 맛을 보완해 줄 식재료들을 조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진한 치즈에 상쾌한 올리브를 곁들인 올리브 치즈 베이글, 말랑한 크랜베리에 오도독한 호두로 식감을 더한 호두 크랜베리 베이글, 약간의 짭조름함으로 버터의 풍미를 살린 버터솔트 베이글 등이 한 예다.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 대중에게 친숙한 서양 식재료들을 활용한 것 역시 주효했다.


- 베이글의 식감을 개선하는 것도 주요 과제였다. 반죽의 재료 비율을 무수히 바꿔가며 구워봤지만 성과는 미비했다. 반죽이 아닌 다른 변수 즉, 굽는 방식을 바꾸기로 결심한 후 화덕 피자에서 힌트를 얻었다. 화덕 피자가 오븐에서 구운 것보다 도우의 식감이 뛰어나다는 점을 차용해 ‘화덕 베이글’을 떠올렸다. 조사해보니 캐나다 지역에선 이미 화덕 베이글을 선보이는 맛집도 많았다. 그날부터 화덕에 관련된 해외 원서들을 정독할 정도로 천 대표의 머릿속엔 온통 화덕뿐이었다.


7. Concept


- 화덕에 구운 베이글


8. Naming & Logo


- 코끼리 베이글,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도로변 너무 외진 곳에 위치해서 이름이라도 쉬워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아이디어를 많이 구했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단순하고 촌스러운 이름 있잖아. 코끼리 베이글 같은 거”라는 말을 했더라고요. 친구들이 “코끼리 베이글 이름 지었어?”라고 묻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코끼리 베이글이라는 이름이 생각보다 쉽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코끼리가 행운의 상징이기도 하고요. ‘코끼리 베이글’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죠.


9. Slogan


- Bake with Firewood


10. Channel


https://www.instagram.com/kokkilibagel/


11. Education


- 천 대표는 코끼리베이글 영등포점을 성공시킨 후 용산점과 성수점을 차례로 출점했다. 팀원 수도 약 50명까지 늘었기에 직원 교육에 전념을 다한다. 교육의 목표는 베이글에 진심 어린 애정을 갖게 하는 것. 예컨대 신규 입사자가 코끼리베이글의 핵심인 화덕을 전담하기까지 약 1년이 걸린다. 그전까지 베이글을 굽는 기술을 배우되, 주로 속재료를 다듬고 반죽을 성형하는 역할을 맡는다. 베이글에 대한 관심이 생기려면 전반적인 제조 과정을 숙지해야 한다는 천 대표의 이념이 반영된 커리큘럼이다.


- 또한 누구나 신메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도록 장려하고, 해당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한다. 자신의 상상력이 메뉴로 구현되는 과정을 경험하면 베이글에 대한 애정이 높아진다는 점에서다. 팥을 탑처럼 쌓아 올린 베이글, 옥수수 토핑을 얹은 베이글, 흑임자와 생크림으로 속을 채운 베이글 등 그동안의 이색 메뉴들은 모두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천 대표는 직원들이 김치, 된장 등 아무리 파격적인 재료를 제안하더라도 일단 만들어보길 권한다. 이후 완성된 샘플을 전체 직원들과 맛보며 보완할 점들을 이야기한다. 맛이 개선된 샘플들은 테스트 판매에 돌입, 손님들의 현장 반응 및 판매량에 따라 정식 출시 여부가 결정된다. 이처럼 아이디어에 제한을 두지 않는 문화 덕분에 직원들로부터 월평균 10개의 신제품 기획안이 제시되고 있다.


12. Communication


- 천 대표는 발로 뛰면서 가게를 홍보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코스트코 주차장에 가려고 정차하며 기다리는 차들 앞에 가서 차에 탄 사람들에게 갓 구워진 베이글을 무료로 시식해보라고 줬다. 매장 주변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베이글을 건네주면서 베이글을 적극 홍보하고 다녔다. 맛을 본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찾기 시작했고 매출액이 조금씩 늘면서 코끼리베이글이 유명해졌다.


-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줄어서 고민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많았어요. 재능 있는 작가들에게는 작품 전시 공간을, 고객들에게는 베이글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해주고 싶어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고객들이 매장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보거나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 등을 마련해보는 것도 검토하고 있어요.”


- 화덕 앞에서 베이글을 굽는 천 대표의 모습과 진열대에 쌓인 베이글 더미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광경이었다. 매장 벽면을 가득 채운 참나무 장작들 역시 포토존이 됐다. 이는 코끼리베이글이 인스타그램에서 ‘화덕 베이글’로 알려진 비결이다.


- 오픈 1년 후 웨이팅이 길어지자 천 대표는 과감히 홀 식사 공간을 없앴다. 전체 주문에서 포장 비중이 압도적이고 주변의 놀 거리가 없는 상권의 특성상 홀 손님들의 체류 시간도 짧다는 점에서였다. 특히 매장이 협소해 포장 손님과 식사 손님들의 동선이 꼬인다는 점에서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으로 변경한 후 매출액은 급증했다. 식기를 세팅할 필요가 없어지자 주문 처리 속도는 물론 전체 회전율까지 빨라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렇게 포장하러 온 손님들로 이뤄진 장사진은 코끼리베이글의 또 다른 간판이 됐다.






* 내용 출처


- https://bit.ly/3s4yrMC (매일경제, 2023.05)

- https://bit.ly/3QK1wHL (동아일보, 2023.08)

- https://bit.ly/3queSwQ (여성동아, 2023.07)

- https://bit.ly/3ODoCNz (헤럴드경제,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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