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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연 9월 네파 '김정훈 대표' 강연 후기

1.


2007년의 어느 날, 족발집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어느 외식업자는 재미있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냉면 맛집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웨이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문득 이 더운 날 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냉면도 배달해서 먹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2.


그는 바로 실천에 들어갔습니다. 전국에 있는 모든 냉면을 수배해 최대한 불지 않는 면발을 찾았습니다. 1시간이 지나도 차가움을 유지할 수 있게 슬러시 형태로 국물을 배달했습니다. 그렇게 오픈한 '냉면쟁이 고기꾼'은 오픈 첫달 1500만원, 석달 만에 매출 4000만원을 돌파합니다. 당시만 해도 냉면을 배달하는 곳은 일부의 중국집이 유일했습니다. 현재 이 브랜드의 매장은 200호점을 훌쩍 넘었습니다.


3.


그는 대학원 때 배운 현실 치료의 개념을 떠올렸습니다. 다섯 번의 Why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방법입니다. 그는 이 노하우를 사업에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지금 하는 일을 다른 관점으로 도전합니다. 이것을 그는 '리얼 원츠real wants'라 부릅니다. 소비자들의 숨은 결핍이 수익화의 모델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4.


냉면집에서의 차별화는 그 후에도 계속 되었습니다. 일단 그 어떤 집보다도 고명을 넘치도록 담아줍니다. 그 중에는 그 비싼 배를 가장 많이 넣어줍니다. 고기는 1분 30초만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숯불 맛이 나게 미리 세팅해둡니다. 모든 조리 과정을 이미 공장에서 끝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5.


쉽게 해라, 빠르게 해라, 찍어 내라... 그가 냉면 배달 시장의 이단아로 불리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냉면쟁이 매장은 3시간의 교육만으로도 오픈이 가능합니다. 그 외의 모든 내용은 두꺼운 매뉴얼에 모두 옮겨 담았습니다. 그는 돈이 들어가면 사업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의 결핍을 자극해 돈을 내게끔 하는 것이 사업이라고 말합니다.


6.


그가 지금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채널은 인스타그램의 '릴스'입니다. 최근만 해도 릴스를 활용해 죽어가던 3개 매장에 줄을 세웠습니다. 중국집, 수제비 집, 무한리필 대게집을 잘 나가지만 비싸지 않은 릴서를 앞세워 수십, 수백만 조회수를 내는게 성공했습니다. 그는 아직 많은 이들이 모르는 이 채널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7.


소유하지 말고 소유해라. 조리하지 말고 조립해라. 사람을 가르치지 말고 공장을 가르쳐라...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입니다. 그는 또 말합니다. 아이템은 망해도 가게는 망하지 않는다. 그는 하루 최장 13시간을 창업 문의 전화를 받는데 씁니다. 지금까지 총 800여 개의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냉면을 삶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대신 자신이 잘하는 컨셉 잡기와 마케팅에 집중했습니다.


8.


김정훈 대표의 스타일이 정답은 아닐지 모릅니다. 스스로도 사파라 부를 만큼 배운 이들의 지식과는 거리를 둡니다. 하지만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그의 마케팅은 이종 격투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무규칙의 이종 격투기는 정해진 룰이 없습니다. 그저 상대방을 쓰러뜨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모든 무술의 가장 극단적인 공격술을 가져옵니다. 폼도 중요하지 않고 의식도 강조하지 않습니다. 그의 외식업 경영은 이런 이종 격투기를 꼭 닮았습니다.


9.


누군가는 김정훈 대표의 스타일을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를 배달 냉면계의 양아치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전을 파는 '전파상', 국물에 진심인 남자 '국진남'은 물론 '열정국밥', '강릉초당골짬뽕순두부' 등의 숱한 매장에 도전하고 이를 성공시켜왔습니다. 시장을 다르게 보는 법, 시장의 니즈를 발견하는 법, 그리고 놀라우리만치 빠른 실행력, 우리가 그의 강연에 매료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p.s. 스브연 네파는 '스몰 브랜드 연대'가 매월 진행하는 '네트워크 파티'를 부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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