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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타스브랜드'라는 매거진을 혹시 아시나요?

1.


2008년 5월이었던가, 나는 브랜드의 'B'자도 모르는채 유니타스브랜드에 입사를 했다. 입사 첫 날 버스가 고장이 나서 지각을 했다. (나는 이 사고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6년 3개월을 일했다. 그 중 3개월은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재입사한 기간을 더한 것이다. 회사를 그만 둔 어느 날 대표로부터 간접적으로 전화가 왔다. 실제로 일한 기간이 6년인데 왜 거짓말을 하느냐는 항의였다. 하도 좀스러워 나는 지금도 그냥 7년 간 일했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2.


그럼에도 회사 대표가 천재였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아무도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지 않던 시절에 돈 안되는 잡지사를 창간한 부터가 범인이 할 일은 아니었다. 지금은 누구나 브랜드를 이야기하지만 최소한 2008년은 그렇지 않았다. 관련된 국내 저서를 찾기도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회사는 에디터를 갈아넣어 책을 만들었다. 격월간 발행이라고 하지만 많아봐야 서너 명 정도 되는 에디터로 그 정도 콸러티를 뽑아낸 건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회사 출신 중 브랜드에 관한 일을 하는 사람은 전무하다. 오직 나만 이 '브랜드'란 키워드를 붙잡고 있다.


3.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회사 대표는 나를 유니타스브랜드의 진정한 에디터로 인정한 적이 없다. 나는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오스티엄'이라는 예식장 브랜드를 위한 라이프 스타일 잡지의 팀장으로 일했고 이 팀은 오래지 않아 없어졌다. 나는 주로 회사 대표가 쓴 글을 윤문하거나 웹사이트를 만들거나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등 회사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투입되곤 했다. 그런 일들을 해야 회사가 브랜드 전문지와 컨설팅 같은 본업을 뒷받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4.


3, 4년 정도가 지난 이후 나는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렸고 3개월을 쉰 이후 회사에 복귀했다. 회사를 그만 표면적인 큰 이유는 내가 뽑은 직원을 내 위의 팀장으로 세웠다는 것인데 돌이켜보면 그게 이유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솔직하 나는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람을 쉽게 자르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여하튼 그 모든 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회사 대표는 그렇게 지친 나를 집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복귀한 그날, 회사 대표는 나를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하도록 했다. 문제는 그런 배려가 며칠 가지 못했다는 것인데, 당연하다. 그런 배려가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는 지금도 그때도 생각하지 않았다.


5.


때마침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회사 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페이스북을 운영했다. 그때는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컨텐츠만 좋아도 좋아요와 도달율이 폭발하던 시기였다. 나는 몰래 페이스북을 운영했는데 어느 날 회사 대표가 주변으로부터 '잘 보고 있다'는 얘기를 서너 번 듣는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 이 모두가 책이 아닌 페이스북 얘기였다. 회사 입사 후 5년이 지나 페이스북을 매개로 나는 비로소 회사에서 존재감을 얻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 최고의 광고 회사, 신문사, 잡지사, PR 회사, 대기업에서 인수 제의가 온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러나는 여전히 회사의 비주류였고 사무실 구석에 팀원도 없이 일하는 루저였다.


6.


그렇다고 유니스브랜드라는 매거진 일을 전혀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여러 번 대타로 일했다. 하지만 글을 쓴 에디터 이름을 허용하지 않는 아주 이상한 회사 분위기 때문에 내 이름은 매거진 맨 뒷 페이지 '웹 에디터'란 이상한 직책으로 소개되곤 했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굴욕을 생계 때문에 견뎌냈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가 무엇인지 조금씩 배우고 깨닫고 알아갈 수 있었다. 혹독한 시절이었지만 좋은 동료 에디터도 몇 얻었다. 특히 나이기 열 살이나 어림에도 불구하고 나를 동생처럼 챙겨준 모 에디터는 지금도 가슴 깊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누가 봐도 루저였던 나를 그 친구는 정말로 살뜰하게 챙겨주곤 했다. 새벽녘 소주잔을 기울이며 울분을 토했던 그 시간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도 결코 없었을 것이다.


7.


한 마디로 유니스브랜드는 내게 애증의 일터였다. 너무도 힘들고 괴로웟던 만큼 줏어들은 지식과 정보와 깨달음도 적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툭하면 회사를 찾아왔던 홍성태 교수님, 하마터면 같은 회사에서 일할 뻔 했던 JOH의 조수용 대표님, 틈틈히 기독교 모임으로 만났던 한명수 이사님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회사 대표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온몸으로 브랜드를 배웠고 글을 썼고 SNS를 운영했다. 급기야 회사를 나오기 전에는 내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이 매출에도 도움을 주었다. 하룻밤에 1억 매출을 내어 온 회사가 뒤집어졌던 그 날의 경험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나는 회사 대표와 허그를 하며 길고 긴 애증의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금의 독립된 생활을 7년 째 이어오고 있다.


8.


글은 오래도록 써왔지만 유튜브는 최근에 그 맛을 알게 되었다. '스몰 브랜드 파워'라는 채널 외에 '지금 당장 글쓰기'라는 채널을 운영하면서 매일 새벽 30분 동안 '퍼스널 브랜딩 글쓰기'라는 주제로 수다를 떨고 있다. 그런데 이게 너무 재미가 있다. 매일 매일 내일 새벽엔 무슨 이야기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생활을 한 달 이상 반복하고 있다. 글쓰기에 관한 수백 권의 책을 섭렵하며 내 경험을 녹여내 수다를 떠는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다행히 채널은 유튜브 알고리즘의 사랑을 받아 한 달만에 구독자 200명을 넘기고 1,5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컨텐츠도 나왔다. 어디 말할 수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이 반응에 고무되어 더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관한 수다를 떨고 싶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그 첫 이야기를 '유니타스브랜드'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9.


지금의 젊은 마케터들은 이 잡지를 모르는 이들이 아마 태반을 넘을 것이다. 그러나 경력 20년 이상의 마케터가 이 이름을 모른다면 일단 접고 봐도 좋다. 그 시절에 이 매거진을 몰랐다는 건 거의 직무 유기에 가까운 일이니까. (살짝 재수 없는 일이지만 사실이 그랬다).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무려 '판타지'로 브랜딩을 이야기한게 바로 이 매거진이었다. 광고 하나 없이 무려 10년 이상을 견뎌냈으니 그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일이다. 네이버를 그만 둔 조수용 대표도 우리 회사를 찾아 협업을 논의했다. 어떤 연유인지 몰라도 결국은 갈라서서 만든 잡지가 다름아닌 '매거진 B'다. 광고 없는 잡지, 다큐멘터리 컨셉의 잡지라는 아이디어는 유니타스브랜드와 결코 떼놓을 수 없다고 나는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10.


모든 이야기에는 많은 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시작'이 있게 마련이다. 유니타스브랜드는 그런 점에서 국내에 브랜드 열풍을 가져온 시작점에 서 있는 매거진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는 그런 매거진이 4호를 발행할 때 입사를 했고 10여 권의 잡지 발행헤 직간접적으로 함께 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물론 회사 생활은 혹독했고 월급을 받으며 일했던 7년, 아니 6년 동안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브랜드'를 매개로 글을 쓰고 컨설팅을 하고 돈을 버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11.


유튜브를 하면서 나는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수다 떨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나는 회사 회식 자리에 어울리는 수다는 잘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누구보다 좋아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브랜드가 그렇다.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이 주제들을 가지고 강연이나 강의를 했을 때는 놀랍게도 '재밌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유튜브를 통해 내가 아는 브랜드, 브랜딩에 대해서 쉽고 재미있게 수다를 떨어보고 싶다. 벌려놓은 일도 많고 마음의 여유도 없지만 나는 16년 전 브랜드의 B자도 몰랐던 나로부터 시작된 이 이야기를 언젠가 꼭 한 번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그러니 혹여 조용히 브랜드에 관한 수다방을 유튜브에 개설하면 와서 한 번 들어주시라. 그리고 재밌는지, 유익한지 평가해주시라. 그 수다가 누군가의 브랜딩에 조그맣게나마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이에게 나는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도 했는데 당신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브랜드 이야기'를 유튜브를 통해서 이어가려고 합니다. 못다한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구글 폼으로 참여 신청을 부탁드립니다.

https://bit.ly/3IN9b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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