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던 교회를 나온 것은 수년 전 일입니다. 그날 교회에서는 여느 때처럼 장로가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뜸 당시의 대통령을 비난하며 조금 극단적이고 정치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더군요. 적어도 내가 알던 교회는 그런 발언을 하면 안되는 곳이었습니다. 솔직히 어떤 발언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순간, 기도 중에 교회를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대신 예배를 마치고 목사님과 장로님과의 인사를 생략한 채, 예배당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후 더 이상 교회를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 장로의 기도 내용이 무엇인지 대충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재명은 악마다.” 대충 그런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대상이 문재인이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교회는 더 많이 달라졌습니다. 일단 존경할 만한 목사들이 사라졌습니다. 내가 청춘을 불사르던 그때는 옥한흠 목사 같은 진짜 목사가 적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존경의 대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두 명의 이름도 떠올리기 힘듭니다. 그 대신 그 자리를 가짜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나는 기독교 회사에 다니며 매일 아침 출근길에 전병욱 목사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 설교가 성도들을 성추행하는 가운데 진행된 예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젠 더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교회는 타락했습니다. 나는 그 정도가 회복이 어려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안에서 편향된 정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고, 목사들의 성적인 타락은 끊이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신학교에서 다른 건 다 좋으니 성적인 문제만은 일으키지 말라고 따로 따로 교육할 정도겠습니까.
그렇다면 이 새벽에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는 여전히 신약 속 예수님을 믿습니다. 더 정확히는 그 진정성을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젊은 시절을 견뎌낸 것도 사실입니다. 그때 교회와 신앙과 설교는 내 삶의 나침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중 많은 것들이 지금은 사라졌다고 확신합니다.
내 청춘을 바친 목사가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전광훈 목사를 추종하고 똑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쩌면 그가 교회가 아닌 사업체를 운영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헌금으로 자녀들을 모두 해외 유학을 보내고, 수백억짜리 새 교회를 지어 아직도 그 원금이 아닌 이자 갚기에 급급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때 교회에서 무엇을 배우고 얻은 것일까요. 그것은 과연 진리였을까요. 나이 든 지금, 문득 그런 회의감과 싸우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토록 좋아하던 양동근이 세계로 교회 예배를 마치고 와서 ‘병신’이라는 말을 이마에 쓴 사진을 보고 혼란해하고 있습니다. 내가 배운 믿음과 진리라는 것이 저토록 허망하고 추악한 것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유능할지언정 좋은 사람,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무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많은 교회가 윤석열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을 느낀 것도 사실입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그들 부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밝혀지는 지금도 많은 목사들이 이재명이 아니라는 이유로, 민주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빨갱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윤석열을 지지합니다. 손바닥에 임금 '왕'자를 써도, 주변에 사이비와 이단이 득실대도, 심지어 내란을 일으켜도 여전히 지지한다고 합니다. 단언컨대 예수님이라면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이 악하고 무능한 종아, 썩 이 자리를 떠날지어다.”
내 나이 오십, 나는 잘 살고 있을까요. 내가 젊음을 쏟아부은 교회는 타락했고,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이재명일 리도, 민주당일 리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세계로 교회의 손현보 목사나 전한길일 리도 없습니다.
그러니 나처럼 교회를 떠난, 그러나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더 절실히 기도해봅시다.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보여달라고, 무엇을 의지하고 따를지 알려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암에 걸린 착한 내 친구를 살려달라고 기도할 것입니다. 그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나는 예수님이라면 그러셨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이 글을 스치는 이에게 샬롬(평화)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