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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전 꼭 갖춰야 할 3가지 기준

(* 곱씹어 생각해볼만한 내용의 유튜브 내용을 텍스트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팀장에서 팀원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뒤로 명예 퇴직을 진지하게 고민했죠. 그런데 이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답을 찾은 거 같습니다. 명예 퇴직, 희망 퇴직, 구조 조정 기사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저처럼 50 전후의 나이라면 한 번쯤은 다들 생각해 보셨을 거고 지금도 이런 상황에 계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이런 불안감은 직장인들에게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기사 보도만큼 모두 어수선한 것도 아닙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정년까지 다니는 분위기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의 노동법은 강력해서 중견기업 이상에서는 직원을 함부로 해고하진 못합니다. 물론 여러 압박으로 버티기 힘든 회사도 있습니다.


실제로 구조 조정으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는 대기업 종사자 중 약 20% 정도라고 하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숫자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 해도 직장인이란 신분이 공무원 같은 소위 말하는 철밥통은 아니기에 언제든 비자발적 퇴사의 위험은 안고 있다고 봐야겠죠. 특히 저처럼 50대 초반 회사 입장에서 고연봉 비효율로 볼 수 있는 나이라면 그 불안은 더 선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팀장에서 팀원으로 내려온 뒤 내가 바로 대기업 인사 적체의 표상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씁쓸함과 불안을 넘어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명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울대입니다. 지난 몇 개의 영상에서 팀장에서 팀원으로 내려온 이야기 그리고 은퇴후 인생 설계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정말 많은 분들이 귀중한 의견과 조언을 댓글로 남겨 주셨습니다. 그 안에는 공감과 위로는 물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런게 유튜브의 힘인가 싶어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올해 초부터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명예퇴직이었습니다. 1년 후 은퇴를 목표로 그 안에 모든 준비를 끝내려 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셋 교육 문제였습니다. 제 직장에 큰 이슈가 없었다면 생각은 안 했을 것 같은데 저한테 이런 일이 생기면서 그러면 이참에 저에게 익숙한 동남아로 가서 해외살이를 좀 해 보자 그런 생각을 했던 겁니다.


한국에서 국내 대학 입시를 한다면 사교육에 큰 돈을 쓰고도 공부는 주입식, 암기식, 경쟁은 미친 경쟁. 그게 의미가 있다면 그렇게 해보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도 명문대 진학은 바늘 구멍이고 설령 상위대학에 간다고 하더라도 또 취업이 또 바늘 구멍이잖아요. 그런 현실을 저는 현업에 있는 아빠로서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아이들이 그 길을 걷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 올해로 70세가 되신 퇴직 선배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장님, 같은 돈이 있다면 아이에게 돈이나 아파트로 주는게 나을까요? 아니면 아이들 공부에 쓰는게 맞을까요? 저는 당연히 돈이라는 답을 예상했죠.


그런데 당연히 자녀 교육이지라고 하시더라고요.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야지 고기를 주면 금방 없어져. 그리고 돈 달라고 계속 나를 괴롭혀. 요즘은 자식들이 쉽게 독립을 못 해. 부모 마음 고생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끝도 없이 이어져. 사회에서 제몫하는 성인으로 키워내는게 어쩌면 진정한 재테크지. 그게 성공한 노후 대비라니까. 그 말씀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학령기 아이 아빠인 저는 자산 계획 중에 교육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주자 그렇게 결심했습니다. 그때부터 명퇴 이후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생활은 말레이시아, 대학은 홍콩과 싱가포르를 우선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이 없다면 아이들 유학과 장기적인 취업을 생각하면 1순위는 당연히 미국이라고 생각합니다. 3년 전에 미국 조지아주를 다녀왔는데요. 물가나 자연 환경, 한인 커뮤니티, 그리고 교육 여건까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건만 된다면 아이들이 미국에서 학업을 하고 영주권까지 받아서 안정된 기반을 마련해 주는게 제일 좋죠.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은 너무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아시아권 국가들을 고민하게 됐던 겁니다. 최근엔 한 구독자님의 의견을 받아서 일본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해외 대학을 생각하는 제일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취업 때문입니다. 국내 국외, 두 가지 선택지를 주고 싶어서죠. 저때라고 취업이 쉽고 그렇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는 열심히 하면 다 되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대기업 공개 채용도 거의 없는 걸로 아는데요. 대졸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까 싶습니다. 이제 정말 이런 얘기가 남얘기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로서 가능하다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습니다. 좁은 문 앞에서 줄서기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이요. 저는 다자녀 아빠다 보니까 이 아이들이 잘만 독립해줘도 제 노후는 훨씬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이번에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7년 만에 다녀온 거라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데요. 그 얘기는 다음 영상에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상들에 남겨 주신 많은 분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제 생각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혹시 내가 낮아진 자존감 때문에 명퇴를 고민했던 건 아닐까? 괜한 자존심에 퇴직을 미화하고 인생 2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더라고요. 이번 여행도 사실은 마음 한쪽으로 6, 70% 정도는 퇴직 쪽으로 기운 상태에서 떠났습니다. 하지만 여행 첫날부터 생각이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지금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현재 직장에서 팀원 자리에서 계속 근무하고 아이들 교육도 일단 한국에서 시키는 걸로 하자. 큰 아이는 본인이 한국 대학을 원하고 있고 둘째 셋째는 아시아권 대학을 고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준비해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여행 중에 예전 현지 파트너들과 오랜만에 회포를 풀 기회도 있었는데요. 모두 지금 더 나은 커리어로 바뀌어 있었고 뭔가 삶이 업그레이드 된 거 같아서 부럽기도 했습니다. 또 한국 주재원 동료와도 따로 만남을 가졌는데요. 싱가포르 물가에 죽는 소리를 하면서도 자녀 교육과 취업은 싱가포르에서 시키려고 하더라고요.


물론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라고 해서 사는게 쉽진 않습니다. 현지인도, 주재원도 다 각자의 애환과 고민이 있었습니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건 한국보다는 이 국가들이 젊은 세대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제 아이들은 대학만큼은 이쪽에서 도전하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한층 더 확실해진 계기가 됐습니다. 사실 부족하긴 해도 은퇴후 준비를 나름대로 해왔다고 생각했고 한 1년 정도 더 준비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그건 어쩌면 설마 내가 무너지겠어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이었을 수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막연한 희망보다 구체적인 숫자와 현실 위해서 판단하자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결론 내린 퇴직전 꼭 갖춰야 할 세 가지 기준은 이렇습니다. 첫째, 지금 당장 수입이 끊겨도 생계에 무리가 없다는 확신. 즉 최소 1년에서 3년 정도 생활비에 해당하는 현금이나 현재 급여의 최소 50%까지는 패시브 인컴이 마련되어 있을 것. 둘째,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며 수입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 시나리오가 있을 것. 셋째, 그 시나리오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준비되어 있을 것. 즉 회사 전에 관련 경험이나 자격증, 인적 네트워크, 초기 투자금 등을 잘 준비할 것.


물론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완벽한 준비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act first, think later. 어쩌면 먼저 움직이는 용기가 더 필요한 경우도 많겠죠. 하지만 제 나이와 상황에서는 그 실행이 무모하지 않도록 확실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퇴직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조급함이 아니라 지금은 아닐 수도 있다라는 판단이 더 현명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퇴직 고민을 통해 깊이 절감했습니다. 저는 평생 직장인으로 살아왔습니다. 과연 자영업 마인드로 온전히 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삶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던져본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팀원으로 내려온 지금이 자리가 오히려 제겐 시험 무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실무자로서 신뢰를 쌓고 팀 성과의 기여도를 최대화 하는 것, 여기서부터 저를 테스트하는 것이 조직 밖에서도 제 이름으로 설 수 있는 훈련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당분간은 퇴직보다 지금의 직장을 유지하면서 은퇴 이후를 준비하려 합니다. 자산을 더 탄탄히 하고 퇴직후 현금 흐름 만들기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지금 제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조언해 주신 것처럼 지금이야말로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새로운 일을 찾기보다 지금 위치에서 재정을 안정시키는게 우선이다. 그 말씀들... 저에게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 냉철한 조언이었고 결국 판단을 다시 세우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안정적인 자리에서 더 준비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더 늦기 전에 뛰어드시겠습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mK9Z5rI4-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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