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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28(TOUN28)의 기후 동행 브랜딩

환경을 생각한다는 구호는 이제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그 구호를 지키기 위해 비즈니스의 가장 효율적인 문법을 포기하고, 스스로 불편한 길을 개척하는 브랜드는 드물다. '톤28(TOUN28)'은 화장품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플라스틱 쓰레기와 유해 성분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탄생했다.


이들은 단순히 '착한 브랜드'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와 환경 공학을 결합해 스몰 브랜드가 어떻게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성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지를 증명해냈다. 톤28이 구축한 독보적인 세계관은 우리에게 '진정한 지속 가능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묵직한 답을 제시한다.


관점의 전환: 피부는 타입이 아니라 '기후'에 반응한다


톤28의 브랜딩 전략에서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기존 화장품 시장의 '피부 타입' 분류 체계를 완전히 뒤흔들었다는 점이다. 대다수 브랜드가 건성, 지성, 복합성이라는 단순한 틀 안에서 제품을 제안할 때, 톤28은 "피부는 기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는 본질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그들은 자외선 지수, 온도, 습도 등 환경 데이터를 분석하여 매달 그 시기에 가장 적합한 성분으로 제조된 화장품을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런칭했다. 이는 스몰 브랜드가 거대 자본의 기성 제품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를 실현한 사례다. 고객은 단순히 화장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환경을 이해하고 케어해주는 지적인 시스템을 구독한다는 경험을 얻게 된다. 이러한 과학적 접근은 톤28을 흔한 천연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가 아닌, '환경 공학적 뷰티 브랜드'로 격상시켰다.


디자인의 혁신: '종이 용기'라는 파격적 선택


톤28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결정적인 장면은 플라스틱병 대신 등장한 '종이 용기'였다. 화장품은 수분이 많아 종이에 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그들은 약 500번 이상의 테스트를 거쳐 세계 최초로 재활용 가능한 종이 패키지를 상용화했다.


이는 스몰 브랜드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용기 있는 브랜딩 전략이다. 예쁘고 화려한 용기가 곧 브랜드의 급을 결정하던 뷰티 시장에서,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종이 봉투 모양의 패키지는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가 되었다. 고객들은 이 불편해 보이는 용기를 보며 브랜드의 진정성을 읽었다.


"용기(Container)에 들일 비용을 성분에 투자하고, 대신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선언은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심장을 관통했다. 톤28의 종이 용기는 단순한 포장재가 아니라, 브랜드의 신념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아이콘이 되었다.


행동하는 진정성: 씻는 것 이상의 가치, '액체 없는 삶'


톤28의 행보는 화장품의 형태마저 변화시켰다. 이들은 플라스틱 용기를 아예 없애기 위해 '고체 뷰티(Solid Beauty)' 라인인 샴푸바, 바디바 등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액체 제품은 보존을 위해 방부제가 들어가고 배송 시 탄소 배출이 많지만, 고체 비누 형태는 성분이 순수하고 쓰레기가 전혀 남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고체 비누'를 구식 물건이 아닌 '가장 힙한 라이프스타일'로 포지셔닝했다는 점이다. 설거지 비누부터 샴푸바까지, 세련된 디자인과 압도적인 성분을 더해 고체 뷰티의 문턱을 낮췄다. 또한 '박싱 데이'를 통해 해양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전개하는 등 고객이 직접 환경 운동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했다. 톤28의 고객은 단순히 구매자에 그치지 않고, 환경을 지키는 '행동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을 브랜드와 공유한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 성분에서 생산까지의 '결'


스몰 브랜드가 지속 가능하려면 내부적인 생산 로직 또한 브랜드 철학과 일치해야 한다. 톤28은 원료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 농장을 운영하거나 지역 농가와 상생하며 원료를 수급한다. 성분표에서 화학 성분을 걷어내고 식물 유래 성분의 함량을 극대화하는 '슬로 뷰티'를 지향한다.


이러한 고집은 비즈니스적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대량 생산이 어렵고 유통기한도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비효율이 톤28을 대체 불가능하게 만든다. 대기업이 흉내 낼 수 없는 정성과 진심,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독특한 제품의 결은 브랜드의 신뢰도를 지탱하는 기둥이 된다.


톤28은 비즈니스의 목적이 매출의 극대화가 아니라 '생태계의 공존'에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며, 스몰 브랜드가 가져야 할 진정한 자부심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아름다움의 정의를 다시 쓰다


톤28의 성공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의 정의를 다시 쓰게 만든다. 나를 가꾸는 행위가 지구를 파괴하는 행위와 연결되지 않도록, 가장 정직하고 무해한 방식을 제안하는 것. 그것이 톤28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 이들은 제품이 아닌 '변화'를 팔고 있으며, 고객은 그 변화의 여정에 기꺼이 동참한다.


가장 개인적인 피부 고민에서 시작해 가장 거대한 지구의 기후 문제까지 연결해내는 톤28의 브랜딩은, 스몰 브랜드가 지녀야 할 통찰의 깊이를 보여준다. 화려한 광고 한 줄보다 종이 패키지 한 장에 담긴 진심이 더 큰 울림을 준다는 사실을 톤28은 묵묵히 증명해내고 있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믿음처럼, 톤28이 닦아놓은 길은 이제 수많은 '행동하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으로 향기롭게 채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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