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요식업에 발을 들인 건 우연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실버타운 주방에서 6개월을 일했다. 그 시간이 지금 생각해보면 꽤 도움이 됐다. 그다음엔 부대찌개 가게였다. 거기서 9개월을 일했다. 사장님들이 너무 좋아서 계속 일하고 싶을 정도였고, 지금도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후 지금의 짬뽕순두부 가게로 왔다. 계산해보니 이곳에서 일한 지도 만 2년을 훌쩍 넘겼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와이프 손으로 내보낸 사람이 적지 않다. 표현이 거칠 수 있지만, 그만큼 사람 문제로 겪은 일이 많았다.
식당에 들어오기 전, 홀 매니저라는 역할을 꽤 단순하게 생각했다. 손님 응대하고, 서빙하고, 카운터 보고, 전반적인 운영을 챙기면 되는 일이라고 여겼다. 부대찌개집에서 하루 네다섯 시간 하던 일을 열두 시간으로 늘려서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전혀 달랐다. 임신했을 때와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게 다른 것처럼,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일은 메뉴였고, 진짜 본 메뉴는 사람이었다. 손님이 아니라 내부의 사람들, 직원과 알바생, 주방 보조와 설거지 인력까지 포함한 그 사람들 말이다.
처음 홀 매니저로 갔을 때는 경험이 없어서 기존에 홀을 돌고 있던 두 명에게 휘둘렸다. 결국 그 둘을 내보내고 나서야 홀은 장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주방이었다. 주방 일을 직접 해본 적이 없었다. 실버타운에서도 나는 지시를 받는 사람이었지, 지시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주방 인력을 전혀 컨트롤하지 못했다. 반쪽짜리 홀 매니저였던 셈이다.
주방을 안다는 건 단순히 요리를 할 줄 아는 문제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하루 목표 매출이 있다. 점심 장사가 잘돼서 이미 상당한 매출이 나왔으면, 저녁 장사를 위해 미리 짬뽕을 더 볶아두라고 지시해야 한다. 사장 대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주방장은 사장이 없다는 걸 알고 점심 마감을 일찍 하자고 했다. 더 볶기 싫다는 이유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로 매출을 스스로 제한했다. 와이프는 그 상황에서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짬뽕을 볶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몰랐기 때문이다.
사장 역시 주방 일을 모르니 셰프가 “이게 얼마나 힘든데요”라고 나오면 반박하지 못했다. 실제로는 아침에 몇 번 볶아봤자 준비량은 충분했고, 과장된 ‘곤조’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와이프는 진짜 힘든 줄 알고 휘둘렸다. 그들은 가게를 살려서 자기 몸값을 올리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루 매출만 채우면 된다고 여겼다. 더 팔아봐야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니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였다.
홀과 주방의 관계도 늘 문제였다. 홀은 손님의 요구를 받아 주방에 전달해야 하고, 주방은 그걸 귀찮아한다.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이 홀 매니저의 몫인데, 현실에서는 주방이 더 우위에 있었다. 주방에서 “저 홀 직원 마음에 안 든다, 바꿔라”라고 하면 실제로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런 지점들이 가장 힘들었다.
돌이켜보면 그건 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장악의 문제였다. 그때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게 본다. 작은 가게일수록 누군가는 확실히 컨트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쪽이 다른 한쪽에 휘둘리고, 결국 매출이 빠진다. 충분히 170, 180까지 뽑을 수 있는 날에도 150에서 멈추는 일이 반복됐다. 와이프는 이를 지금은 능력 부재로 생각하고 있다.
대형 매장이었다면 역할이 나뉘었겠지만, 직원이 여섯 일곱 명인 가게에서는 사실상 사장 대리로서 모든 걸 책임져야 했다. 매출도, 사람도, 구조도. 그런데 와이프는 주방을 몰랐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럼에도 지금은 분명히 나아졌다. 그 시기를 지나오며, 식당이라는 공간이 결국 음식이 아니라 사람으로 돌아간다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주방장이 바뀌면서 시작됐다. 곤조를 부리던 주방장을 내보내고, 와이프가 직접 주방으로 들어갔다. 홀은 이미 알고 있었고, 이제 주방까지 몸으로 알게 됐다. 양쪽을 다 이해하게 되자 조율이 가능해졌다. 어디에서 병목이 생기는지, 누가 버티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가게는 비로소 원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람 관리 문제가 풀리니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손님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짬뽕 하나를 두고도 손님들의 요구는 제각각이다. 더 맵게, 덜 맵게, 싱겁게, 재료를 빼달라, 넣어달라. 예전에는 홀에서 그런 요구를 주방에 전달하지 못했다. 튕길 게 뻔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와이프가 받아서 조율한다. “오케이, 손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하고 주방과 정리한다. 그러면 손님은 남는다. 다음에도 온다. 단골이 된다. 이쯤 되면 분명해진다. 주방까지 관리가 돼야 한다. 작은 식당에서는 특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