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더's 다이어리 #01.
"이게 대체 왜 필요한 거야?"
어느 날, 아내가 낯익은 세제 하나를 들고 무심한 듯 묻는다. 살펴보니 수입 세제 브랜드의 플라스틱 포장 용기에 독일 국기 하나가 붙어 있다. 전에 없던 포장이다. 국기 위엔 'German Quality'라는 짧은 영어 단어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세제는 싸고 빨래만 잘 되면 그만이라고 믿는 아내에겐 아마도 도저히 이런 '장식(?)'이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브랜드가 생각 없이 비용을 들여가며 이런 포장 공정 하나를 추가했을 리 만무하다. 브랜드는 이른바 지각된 '품질'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연상 이미지' 역시 엄연히 자산이다. 문제는 이런 자산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이에게는 아니겠으나, 많은 이들은 독일 국기를 보고 '정확함, 엄격함, 단단함'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한다. 이것은 광고나 마케팅으로 각인시키는 인위적인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믿을만한 친구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듯.
독일이 가진 수 없이 많은 부정적인 연상 이미지를 떨쳐내고, 하나의 제품에 '신뢰'의 상징으로 자랑스럽게 자리 잡은 독일 국기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과연 동일한 국산 제품에 태극기를 붙이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