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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브랜드 투어 시리즈 #02.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굴, ‘나니아 연대기’의 숨겨진 옷장, ‘이웃집 토토로’의 작은 풀숲길 그리고 ‘해리포터’의 마법학교로 이어지는 기차역 플랫폼 9 3/4… 많은 판타지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는 이처럼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이어주는 숨겨진 입구가 등장한다. 극적 장치나 설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가진 어떤 본능 때문은 아닐까?


굳이 넓은 방을 두고 다락방의 비좁은 공간을 찾거나, 나무 위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용을 쓰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출퇴근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지하철에서 미드나 영화에 빠지는 이유도 일상을 벗어난 ‘판타지’를 경험하기 위한 일종의 ‘숨은 입구 찾기’일지 모른다.


여행, 일상에 지친 이들을 위한 작은 판타지


기자간담회로 초대받은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 처음 들어섰을 때도, 왜 하필 청담동 골목 깊숙한 이곳에 ‘여행’과 관련한 도서관을 지었냐는 질문에 대한 현대카드 측의 대답도 이와 비슷했다. 가회동의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예측 가능한 장소였다면 ‘뜻밖의’ 장소를 찾아 이곳으로 왔다고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기대치 않은 발견이 주는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참고로 판타지의 어원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다’이다).


영감, 모험, 충전… 이어지는 Q&A 시간에 나온 이 공간의 컨셉을 나타내는 키워드들을 듣고 있자니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행이란 단순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의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다. 낯선 세계로의 예측불가한 모험이 잠자고 있던 내면의 영감을 불러 일으키고, 여기서 비롯된 에너지는 현실에서의 삶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줄 것 같아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을 만들고 비용을 만들어 기를 쓰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트래블 라이브러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수동식 비행안내판, 라이브러리 입구를 가득 메운 여행 관련 소품들,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여행 지도를 모두 모아놓은 1층의 틈새 공간의 연출도 사실은 그 ‘실용성’보다는 우리의 ‘판타지’를 고무시키기 위한 현대카드의 정성어린 배려에 가깝다. 공간의 규모와 화려함이 아닌 명확한 컨셉과 경험을 목표로 한 것이라면, 북카페로 이어지는 1층 공간의 설계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불규칙하게 배치된 서가에 빼곡히 꽂힌 여행 서적과 잡지 표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느닷없는 ‘여행’의 충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신은 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가?


하지만 이쯤 해서 잠깐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정리해보자.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던졌을 법한 질문 하나를 떠올려 보자. 왜 현대카드는 본연의 정체성과는 무관해보이는 이런 무모한(?) 시도와 도전을 계속하는 것일까. 수퍼 콘서트를 열고, 수퍼 매치를 기획하고, 새로운 개념의 택시를 만들고 심지어 스마트폰까지 디자인해겠다는 그들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실 후발주자인 현대카드가 기존의 룰을 따라 이 시장에 안착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예 게임의 룰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오랜 도전과 모험의 결과 이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대카드를 단순한 카드사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프론티어의 이미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뻔한 생각 말고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 공간을 생각해보자. 이곳 트래블 라이브러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같은 것 말이다. ‘당신은 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가?’ ‘당신이 기대하는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인가?’ ‘우리 역시 당신과 비슷한 고민을 했고, 그에 대한 답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현대카드는 어쩌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곳에 청담동 골목 깊숙한 곳에 여행 도서관을 지은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이미 ‘진정한 여행’에 목말라 있다. 이제 식상해보이는 배낭여행은 물론이고, 블로그를 장식하는 다양한 해외여행의 흔적 역시 그리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사람들이 열광하는 곳은 서울의 곳곳에 숨어있는 오래된 골목길과 개성 넘치는 작은 가게들이다. 10분이면 훑고도 남을 연남동 골목이 여전히 핫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카드가 질문하고 여행자들이 답하다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은 해외의 유명한 여행지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익숙한 공간에서 만나는 뜻밖의 낯설음을 즐거워한다. 현대카드는 이러한 여행의 ‘본질’을 이해하고 경험하고 깨달을 수 있는 솔루션으로 하나로 ‘도서관’을 지은 것이다. 그들에게 카드란 단순한 지불유예의 도구나 서비스가 아닌, 현대인들의 숨은 욕망을 채워주는 ‘경험’ 그 자체다. 눈에 보이는 카드는 그저 이러한 특별한 경험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도구일 따름이다.


사람들은 이제 익숙한 시공간을 넘어선 특별한 경험이 주는 영감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일상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는 자유함에서 오는 뜻밖의 영감, 익숙하고 당연한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 진정한 안식에 대한 갈증이 불러일으킨 시대정신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사람들은 이제 낯선 풍광을 사진에 담아오는 일차원적인 여행이 가진 한계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서 얘기했듯 인간에게 있어 여행은 DNA에 내재된 본능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만나 인터뷰했던 구글의 디자이너와는 ‘크리에이티브’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는 차범근의 흔적이 여전이 남아있는 슈투트가르트의 스타디움과 뮤지엄에서 만난 감동을 이야기했다. 그 2주간의 그 여행이 가져다준 인사이트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무엇을 느끼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묵직한 메시지는 이 도서관의 이용안내서에 그대로 남아있어도 좋다. 당신의 무료한 일상을 위로하기 위한 현대카드의 조그만 선물이라도 여겨도 나쁘지 않다. 당신에게 이미 충분한 카드 하나를 더하기 위한 이유가 그렇게까지 거창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만일 사람들이 이곳에서 커피만을 마신다면 공간의 실패다. 이곳은 여행하는 자의 활력으로, 여행을 꿈꾸는 자의 설렘으로, 여행에서 돌아온 자들의 낭만으로 가득해야만 옳다. 그래서 이 공간에 대한 평가는 조금 후로 미룰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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