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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찾는 작은 습관, 스몰 스텝

안녕하세요, 여러분. 박요철입니다. 저는 현재 크고 작은 기업들을 돕는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씀드려도 저에 대해 잘 모르시겠죠? 어떻게 저를 소개해드릴까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적절한 단어 하나를 찾았습니다. 여러분, 저는 인싸입니다. 그것도 핵인싸입니다. 외모만 봐선 그렇게 보이지 않으신다구요? 그런데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매일 천여 명의 사람들과 스무 개가 넘는 단톡방에서 매일 소통하고 있거든요. 지난 해 10월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제가 꼭 가야 하는 모임이 4개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겹쳐서 다 갈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 날 모든 모임에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어디는 가고 어디는 안갈 수 없었거든요. 어떠신가요? 이 정도면 핵인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나이 마흔이 넘도록 누구에게 내세울 만한 성공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아니 스스로를 루저이고 낙오자이고 실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대표님이 오시더니 제가 뽑은 팀원이 팀장이 되었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땐 제가 팀장이었거든요.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하니 자리가 바뀌어 있었어요. 한참을 자리에 앉아 있다 그 길로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영화관에 숨어 홍상수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물론 전화기도 꺼두었지요. 하지만 회사를 그만 둘 순 없었습니다. 당장 월급이 필요했으니까요. 회사 밖은 지옥인데 어떻게 나갈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게 하루 하루를 견디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갑자기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거니 했는데 점점 심해지더니 급기야 호흡이 가빠지고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곧 죽을 것 같은 공포심에 저도 모르게 지하철을 뛰어나와 계단을 올랐습니다.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약국을 찾아 증상을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저를 바라보던 약사가 말없이 우황청심환 한 알과 드링크 음료를 건네 주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이런 사람이 또 왔네’ 하는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알았습니다. 그것이 요즘 유행하는 공황장애, 그중에서도 공황발작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병이고, 약을 먹으면 괜찮아지는 병이지만 그때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이런 증상을 느껴본 분은 없으신가요? 자신이 아니라면 주변에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으신 분이 한 두 분은 있으실 겁니다. 사실은 이게 다 너무 열심히 살아서 생긴 병이거든요.


내일이 없을 것처럼 직장 생활을 열심히 했습니다. 새벽에도 일하고 밤늦게도 일하고 주말에도 일했습니다. 상사에게 칭찬받기 위해, 동료에게 인정받기 위해, 후배에게 치이지 않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하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회사를 때려치울 수는 없었습니다. 시간을 내서 따로 무엇을 할 만한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할 수 있지만 큰 돈은 들지 않는, 그러나 내가 기분 좋고 행복한 작고 소소한 실천들을 하나 둘씩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산책입니다. 저는 지하철에서 내려 마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부터인가 마을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집으로 가기 시작했어요.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몸을 움직이는게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해 마을 버스를 타면 20분 걸리는 길이 걸어서 가니 30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산책을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매일 저녁 산책을 하다보니 심심한 마음에 좋아하는 음악을 한 두 곡 선곡해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조차도 지겨울 때는 요즘 유행하는 팟캐스트를 들었습니다. 저녁에 시작한 산책이 낮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해 여름인가는 가족이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요즘은 스마트폰 때문에 밥 먹는 식탁 위에서도 각자 보고 싶은 걸 보는 세상입니다. 와이프는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보고, 아들과 딸은 유튜브로 각자 좋아하는 가수나 아이돌의 음악을 듣거나 합니다. 그런데 산책을 하면서는 이게 불가능하더군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화란 걸 하게 됐습니다. 그 중 특히 딸이 고민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짜리에게도 그렇게 많은 고민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딸과 교환일기란 걸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노트의 한 페이지에 딸에게 궁금한 걸 쓰면 딸이 맞은 편 페이지에 답을 쓰는 형식입니다. 작은 선물을 건 이벤트였지만 딸은 놀랍게도 자신의 생각을 매일 빼곡이 적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딸과 세 권의 노트를 썼습니다. 저는 이 노트를 딸이 성인이 된 후에 선물로 줄 생각입니다.


우연히 시작한 산책 하나가 눈덩이처럼 굴러 굴러 제 삶에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것들에 스몰 스텝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제 책을 읽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더니 지금은 천여 명의 사람이 모인 커다란 운동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매일 하루 두쪽의 책을 읽는 단톡방이 있습니다. 매일 새벽 6시 전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방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20분씩 직접 강연을 해보는 사람책, 매일 새로운 노래를 공유하는 하루 한 곡, 매일 한 장의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사진방과 그림방은 최근에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황홀한 글감옥에서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60일 간 매일 글을 써서 주소를 공유합니다. 최근엔 벌써 6번째 시즌을 시작했어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방은 따로 있습니다. 벌써 1년 반 이상 매일 수학 문제를 함께 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포자인 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그 과정을 통해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스몰 스텝이 어찌나 중독성이 강한지, 어느 학교 선생님은 논문을 써야 한다며 운영진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기고 단톡방에서 나가셨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으셨길래 이런 글을 남기고 떠나신 걸까요?


오늘, 여러분의 하루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입니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가고 계신가요? 혹 그 열심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은 아닌가요? 가족이나 상사, 부모나 고객을 위해 당신의 가장 소중한 하루 하루를 희생시키고 있지는 않은가요? 정말로 소중한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스몰 스텝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았습니다. 제가 행복해지는 작고 소소한 실천들을 매일 반복했습니다. 매일 좋아하는 글을 쓰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산책을 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여러분은 혹 이런 질문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구요.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팁을 드리려고 합니다. 하루 5분이면 충분합니다. 매일 세 줄의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그 첫 줄에는 그 날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일을 적습니다. 다음 줄에는 가장 언짢은 일을 씁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다음 날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각오를 쓰면 그걸로 끝입니다. 대신 이 일기를 최소한 한 달 이상 쓰는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 일기의 내용을 한 번 정리해 보세요. 여러분이 하루 중 무엇 때문에 가장 큰 힘을 얻는지, 반대로 무엇 때문에 에너지를 빼앗기는지를 분명히 아실 수 있게 될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저희 와이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느 날 와이프가 교회에서 하는 가정체험학습을 신청한 후에 한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가족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게 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해마다 여름과 겨울이 되면 그 아이가 우리 집에 왔습니다. 조금 친해진 후에는 명절도 함께 보내는 그런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때 초등학교 1학년이던 그 아이가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보육원을 나와 홀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모 이모’ 하며 와이프를 따르는 아이의 마음도 각별합니다. 최근엔 이모 선물이라며 지역 특산물인 곶감을 사왔더군요. 지금은 그 아이가 오면 같은 보육원 친구들을 불러 함께 저녁을 먹습니다. 얼마 전엔 그 중 한 아이가 키우는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받는다며 아침 댓바람부터 직접 차를 몰고 나가는 와이프를 보았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와이프가 가장 행복해하는 모습을 봅니다. 소외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와이프는 그렇게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다고 합니다. 제가 스몰 스텝을 통해 힘을 얻듯이 와이프는 타인과 함께 하는 삶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하루 중 가장 큰 힘을 얻을 때는 언제인가요? 누굴 만날 때 가장 큰 에너지를 얻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사람 말고 당신 자신이 가장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도대체 그게 무언지 모르시겠다면 저를 따라 작고 소소한 스몰 스텝들을 하나씩 해보면 어떨까요? 하지만 그 작고 소소한 실천이 어쩌면 여러분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제가 지금 그렇게 변화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변화가 찾아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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