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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스몰 스텝

첫 책 '스몰 스텝'을 쓴 지 2년 째 되는 오늘, 저는 '세바시' 녹화를 마치고 오던 버스 안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아주 많이 긴장했나 봅니다. 지난 3년 간 적지 않은 강연을 하고 다녔습니다. 군인,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다단계(인줄 모르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섭다는 중2 학생들까지 경험하고나니 이젠 웬만큼 자신감이 생기던 찰나였습니다. 하지만 방송은 달랐습니다. 특별히 무대나 청중들을 의식하진 않았습니다. 가장 무서운건 녹화가 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번의 촬영은 되돌릴 수 없고, 제가 죽을 때까지 이 영상들이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나 강연 중 하얗게 필름이 끊기는 사고가 있기는 했습니다. 도입부를 잘 넘기고 나니 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더군요. 곧장 수습을 하고 녹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녹화는 그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 큐시트를 다시 살피니 할 말은 모두 했습니다. 순서가 약간 엉키긴 했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대견하다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냥 방송일 뿐입니다. 혹자는 호들갑을 떤다고 뭐라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겐 2년의 꿈이 이뤄진 셈입니다. 책을 쓸 때부터 꼭 한 번 나가고 싶었던 곳이 세바시였거든요. 책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지 1년 반만에 출판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2년 만에 꿈에도 그리던 무대에 서고 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봅니다. 어떤 힘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지를 복기해 봅니다. 분명 이건 '억지로' 계획하고 밀어붙인 일은 아니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마음이 가는 일을 하나 둘씩 하면서부터 생긴 변화입니다. 스몰 스텝이 그렇습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실천들을 반복하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쌓여 나를 바꾸고 주변을 바꾸는 모습을봅니다. 녹화를 마치고 나니 운영진 분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저의 녹화를 축하해주었습니다. 스몰 스텝 단톡방도 난리가 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이런 분들을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함께 기뻐하고 내일처럼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사실이 지난 몇 년 간 제게 생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왜 사람들은 스몰 스텝에 이렇듯 주목하는 걸까요. 천재와 수퍼스타들의 시대는 가고, 바야흐로 평범한 사람들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탁월함이 추앙받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하나의 길을 달리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점에서 드넓게 펼쳐진 원의 세계를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결승점이 하나가 아닙니다. 우리가 가는 모든 방향이 결승선입니다. 저마다의 보폭으로, 속도로, 호흡으로, 달려도 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제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탁월함이 아닌 평범함으로, 빅 스텝이 아닌 스몰 스텝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응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합니다. 저는 내일도 새벽에 일어나 한 잔의 물을 마시고 일어난 시간을 인증할 것입니다. 한 편의 글을 쓰고 아주 쉬운 영어 원서의 한 챕터를 읽을 생각입니다. 스물 네 개의 단톡방에서 천 여명의 사람들과 수다를 떨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만의 속도로 스몰 스텝을 걸어갈 작정입니다. 그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 작은 기쁨을 스몰 스테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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