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방식
아무리 노력해도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날이 있다. 그러면 깊은 잠을 잔다.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마치 아주 먼 곳을 다녀온 듯, 새롭게 다시 태어난 것처럼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잠은 잠일뿐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새로운 시간이 열리는 것은 아니었다.
손님 1호가 저녁을 차려 먹고 설거지는 잠시 미뤄둔 채 소파에 누웠다. 나는 그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책의 한 문장이 내가 아이들에게 했던 나의 장례에 대한 이야기와 비슷했다. 같은 생각이라는 반가움에 옆에 누워있는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이옥선 산문 『즐거운 어른』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의 장례는 그 시기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며, 화장해서 유골은 너희 아빠를 장사 지낸 것처럼 하고, 제사는 지내지 말고, 그날 시간이 나면 너희끼리 좋은 장소에 모여 맛있는 밥을 먹도록 해라. “
나 역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죽음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엄마는 잘살다 가는 것이니 슬퍼하지 말아 줘. 엄마 유골은 화장해 어디에도 흔적 없이 자유롭게 뿌리고, 슬프고 우울한 장례식장은 싫으니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가득 채워 축제처럼 즐거운 분위기로 하면 좋겠어. 장례식장을 엄마가 좋아하는 꽃들로 화사하게 장식해, 엄마를 기억하러 오는 사람들이 꽃으로 덜 슬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제사는 지내지 말고, 시간이 되면 너희끼리 모여 엄마를 기억하며 맛있는 밥을 먹고, 정 서운하면 꽃을 사서 서로에게 선물하면 더 좋겠어." 이것이 내 장례에 대한 당부였다.
"엄마가 예전에 엄마 장례를 이렇게 부탁한 적 있는데, 기억나니?" 물으니, 아이는 웃음으로 대답한다. 그 웃음이 기억한다는 뜻인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인지 애매하지만 내 장례에 대해 아이에게 다시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