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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선택

아들과 함께 캐나다 세 달 살이를

by 리베르테

퇴직과 동시에 발리행 비행기를 타겠다던 오랜 꿈이 있었다. 발리의 '반자르' 마을 공동체와 2천 년 전통의 '녜피 데이'를 경험하고 싶었다. 하루 동안 모든 전자기기를 끄고 자연과 하나 되는 명상의 시간, 그 고요함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던 오랜 로망이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법. 발리 대신 캐나다행 비행기 표를 끊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모든 것은 한 통의 메시지로 시작되었다.

"집이 3개월 동안 비는데, 퇴직하시면 와서 살아보시는 건 어떠세요?"


굳프 유니님의 제안이었다. 한국에 가족들과 함께 오시게 되어 캐나다 집이 비게 된다는 것.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처럼 집을 바꾸어 사는 건 아니지만, 낯선 나라에서 3개월을 보낼 수 있는 기회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유니님은 오현호작가님과 함께하는 굳이 프로젝트를 통해 매주 수요일 줌 미팅을 통해 알게 된 인연이었지만, 그분의 따뜻한 배려와 진심 어린 마음은 화면을 넘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래서일까. 망설임 없이 "가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곧 현실적인 걱정이 밀려왔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도시, 그것도 혼자서 3개월이나. 영어로 의사소통은 할 수 있을까? 날씨는 어떨까? 무엇보다 홀로 오랜 시간 여행한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섰다.


문득, 큰아이와 함께 가면 걱정거리가 많이 줄어들 것 같아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가 캐나다에 3개월 동안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까?"


아이는 망설임 없이, “저야 무조건 오케이지요! 엄마!”

이렇게 둘이 함께 캐나다로 떠나게 되었다.


둘째 아이는 함께 가지 못할 상황이라 마음이 쓰여 물었다.

“엄마랑 형이 3개월 동안 캐나다에 가려고 하는데, 그래도 괜찮을까?”


아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엄마, 당연히 가셔야죠!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어요?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저는 잘 지낼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자식에게서 용기를 얻다니. 웃음이 났다. 서둘러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토론토행, 1월 17일 출발. 이제 되돌릴 수 없다.


유니님께서 건네주신 캐나다 안내책을 보며 그곳에 있는 나를 상상해 본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시작으로, 하루를 분주하게 보내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벌써부터 설렘이 가득하다. 3개월이라는 시간. 누군가에겐 짧을 수 있지만, 나에겐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퇴직 후의 첫 도전이 이렇게 시작된다.


발리 대신 캐나다. 예상치 못한 방향의 전환이지만, 때로는 계획하지 않은 일이 더 특별한 선물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이제 곧 시작될 나의 캐나다 3달 살이는 단순한 휴식이나 도피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기간이 될 것이다. 캐나다에서의 경험은 앞으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미 비자 신청은 완료했고, 지금부터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려 한다. 준비를 하려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가끔은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도전이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모한 것은 없다, 새로움만 있을 뿐! 내가 떠나기를 마음먹은 지금이 내게 가장 완벽한 때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시즌2를 맞아 진정한 '나'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곧 떠날 캐나다에서의 세 달 살이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나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챕터가 될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도전과 경험을 통해, 퇴직 이후의 삶이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


브런치를 통해 캐나다로 출발 전 준비 과정부터, 현지에서의 일상, 그리고 맞닥뜨리는 어려움과 극복하는 과정까지. 서투르고 어설픈 모습일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나에겐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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