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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

아이와 함께

by 리베르테


2024년 안녕~

아이가 연락해왔다. 올해의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그 마음이 무엇보다 큰 선물이었고, 고맙고 예뻤다.

아이를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어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활짝 웃으며 다가오는 아이의 모습이 꽃처럼 화사했다. 오랜만에 함께 점심을 먹고 찻집으로 향했다. 연말이라 그런지 찻집은 빈자리 없이 가득 찼다. 주저하는 사이 창가에 자리가 나왔다. 따뜻한 차와 케이크 두 조각을 주문해 자리에 앉았다. 아이와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설레며 신났다.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밖이 어둑해졌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 둘 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음에 놀랐다. 도대체 몇 시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한 건지...

한 해 지낸 이야기, 함께 하게 될 여행과 음악 이야기, 그리고 삶의 소소한 이야기로 대화는 끊이지 않았고, 오랜만에 만난 만큼 나누는 이야기도 풍성했다.

해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은 가족이 모두 모여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새해를 내다보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의식 같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종이에 각자의 소망을 적어 타임캡슐에 넣었다가 다음 해 마지막 날에 꺼내어 읽으며, 소망이 얼마큼 이루어졌는지 서로 이야기하며 함께 기뻐했다. 올해는 작은아이가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지 돌아가며 이야기했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살았다는 아이의 말이 고마웠다.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지키며 삶을 사랑하며 살았다는 고백 같아서였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을 사랑하며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었다.

이제 곧 때론 절망을, 때론 희망을 이고 지며 지내온 한 해가 저물고, 다시 살아보라며, 잘 살아보라며 새해가 문턱에 다가왔다.

살아낸 한 해가 모두에게 훈장처럼 남기를...
새해, 다시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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