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아이 데리고 정신의학과 다녀왔다는 엄마의 커밍아웃
아이들 초등학교 시절 친구 엄마 중에 아직도 연락하는분들이 있다.
신년이 되어 엄마들 모임 하자는 이야기에 한 분이 적극적으로 약속 날짜까지 잡아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내가 이사도 하고 회사 복귀도 한 탓에 주말에만 가능해 불편할텐데도 잊지 않고 불러주는 고마운 분들.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고자 나는 늘 불러주면 무조건 참석하고, 가서는 열과 성을 다해 이야기를 듣고, 누구보다 후회 없는 수다 라운드에 임한다!
이제 아이들은 다 크고, 이사 한 나를 비롯해 모두가 다른 학교를 다니고, 아이들끼리는 연락도 안 하지만, 엄마들은 아랑곳 않고 만남을 지속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 엄마도 그랬다. 나랑은 연락도 끊어진 동창 A가 어느 학교를 갔고, 누구랑 결혼을 했고, 지금은 뭐 한다를 종종 전해주셨었으니. 그때는 참 희한하다 생각했는데,이런 인연도 있다 싶다.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만의 공감대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만 시키지 않는 부모들이었고, 오케스트라 단원인 것을 자랑스러워했고, 노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엄마들이었다. 그런데 자꾸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자신감이 사라진다고 씁쓸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결론은 늘 우리 아이들은 밝고 훌륭한 아이들이라는 것으로, 끝까지 믿어주고 기다려주자로 (교훈적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하지만 말이다.
서로의 근황 토크, 아이들 근황 토크를 하는데,
한 엄마가, 아이가 원해서 지난 한 달간 정신의학과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흠칫 놀랄 새도 없이, 자신이 그런 고백을 먼저 스스럼없이 하니, 주변에서 본인들도 다녀왔다고 너도나도 커밍아웃을 하더란다.
상담 결과는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우울감이 약간 높은 정도로 나왔고, 상담을 하면서 아이에 대한 파악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상담 자체를 아이가 원해서 시작했고, 그만해도 된다고 판단되면 그만해도 된다고 해서 4회째에 마쳤다고 담담히 이야기한다.
누구보다 밝고 늘 먼저 달려와서 인사하던 친구인데 입시 스트레스가 심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한켠이 아리다. 목표는 높고 성적은 그만큼 나오지 않아 괴롭고, 지금 다니는 일반 고등학교 분위기가 맞지 않았다고 한다.
그 아이의 엄마는 올 해부터 성당 반주 봉사를 시작하셨다고. 뭐라도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마음이 약해지고 불안해질 때 단단하게 붙들어줄 무엇이 필요한 시간들인가 보다.
오래 알고 지내온 사이라, 자신의 상태를 포장하지 않고 담담히 주고받으며 위로받는다. 우리 아이 말처럼, K-고등학생 참, 쉽지 않다.
그리고, K-엄마도 만만치 않다.
점점 아이들은 줄어가고, 대학들은 정원을 채우지 못해 폐교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왜 이렇게 대학 들어가기가 어렵고, 왜 재수, 삼수, n 수 비율은 늘어가는지.
나를 비롯한 기성세대들은 반성할 일이다.
당장의 현실에서는, 그저 이 시기를 지혜롭게 넘기기를
바랄 밖에.
너무 괴롭지 말기를. 이것이 끝이 아니니.
피하지 말고 해 보기를. 과정에서 얻는 것이 클 테니.
그것이 단지 성적이나 대학 간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테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너희는 이 시기를 거쳐 더 단단해져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