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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여름 Sep 24. 2024

[수능 D-53] 어느 대학 갔는지 묻지 마

남의 애들 어디 갔는지 묻지 말기. 궁금해하지도 말기.

부모는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함께 성장한다고 해. 


엄마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너희들 태어나고 어렸을 때는 엄청 귀가 얇았었거든. 

이제야 누가 뭐래도 엄마만의 방식으로 대응하지만, 특히 네가 어렸을 때는 네가 첫 아이이니, 

어떻게 키우는 것이 좋을까 늘 노심초사 했던 것 같아. 


그 때 검색을 많이 하면서 선배 엄마들의 블로그 글을 종종 보았는데, 그 중에 3-4분 글은 꾸준히 몇 년 봤었어. 결국 그 글들도 그 분들의 자녀에만 해당되는 것이고,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몇 년 간은 귀가 팔랑일 때마다 그 분들 글을 보며 학원이나 전집 책 등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기조는 지킬 수 있었어. 


그리고 또 하나, 그 중에 한 분에게 큰 교훈을 얻은 것이 있는데,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집착하고, 남의 아이와 비교하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 경쟁으로 내모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었거든. 대학 간판을 따지고, 모두가 획일적인 삶의 방식을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러번 이야기 했고. 


그 분 자신이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 - 대기업 코스로 경쟁적으로 살다가, 번아웃이 오고 완전히 다른 삶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고 단단해진 경험 때문에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 


그 분이 흥미로운 제안을 해. 

대한민국 모든 부모들은 남의 자녀들이 어느 대학 갔는지 묻지 않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고. 

대다수가 그런 분위기가 되면, 경쟁적인 분위기가 경감되지 않느냐는 생각에서였겠지? 

 

엄마는 이 부분에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 

엄마도 겉으로는 자유방임을 추구하는 엄마였지만, 

그 육아 블로그들 보면서도 '그렇게 키워서 결국 저 집 아이는 어느 대학교 어느 과 갔나?' 궁금했고, 

회사 선배들 아이가 고3이고, 대학생이라고 하면 어느 학교 갔는지가 궁금했거든. 


회사에서 잘 나가도 아이가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 안 다니면 안타까워하고, 

회사에서 조금 못 나가도 아이가 서울대 갔다고 하면 괜히 그 분이 달라 보이고 했었거든. 


다른 분들 자녀들 대학을 어디 갔는지가 나에게 그렇게 궁금한 요소였나?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 


그래서, 궁금해도 묻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서, 궁금해하지도 않는 것을 연습하기 시작했어. 

연습하니까 이게 되더라고. 정말 궁금해지지도 않는 경지에 이르렀지. 

이게 벌써 8년 정도 전의 일이야.   


물론, 엄마가 관찰한 바로는, 

아이가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 간 친구들의 부모들은 

남들이 묻지 않아도 본인들이 알아서 이야기를 먼저 해주더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겠지? 

반대의 경우는 먼저 이야기하지는 않고. 

그러니까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던 거야. 


그 이후로 엄마는 입시 스트레스에서는 완전히 벗어났고, 

전파하고 싶은 마음에 종종 친한 지인들에게는 말하곤 하는데, 

엄마가 무슨 인플루언서도 아니니, 전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네. 


막상 내 아이의 경우는 어떨지 모르겠어. 

하지만, 중요한 건, 엄마는 자녀를 학교나 성적 때문에 자랑거리나 조롱거리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야. 

노력에 대한 성취는 존중하고 격려하지만, 그것이 부모의 자랑거리로, 혹은 걱정거리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대학이 끝이 아니고! 


이렇게 말해도 불안한 마음인 것 잘 알아. 

인생 처음으로 너도, 네 또래 수험생들도 사회의 냉정한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니까. 


최선을 끝까지 다해보되, 결과에 초연해지는 것은 대입 이후로도 계속 이어지고, 

언제나 어렵지만, 그것을 연습하는 첫 시작이 아닌가 해.


엄마만큼은 평가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응원만 해줄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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