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카드와 함께 도착한 마음들
엄마가 너를 낳고 키우던 30대 초반은 호르몬 때문인지, 젊음 때문인지, 마음이 불안한 적이 많았어.
누가 엄마가 되고 나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한 번도 말해주지 않았는지, 모든 것이 처음이고 서툰데,
그것들이 내 아이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허투루 결정할 수가 없었지. 장난감 하나도 친환경을 찾고 또 찾았던 때야.
집에서도 피곤하고, 회사에서도 피곤하고, 주중에도 피곤하고, 주말에도 피곤하고.
아빠는 네가 태어난 이후에 일이 바빠져서 거의 엄마가 육아를 도맡아 했는데,
할머니가 곁에서 전적으로 도와주셨는데도 버겁고 힘든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어.
그때 엄마 옆에서 가장 많이 힘이 되어주었던 사람은 엄마와 단짝이었던 회사 후배 S 이모였어.
그 이모는 그때 결혼하기도 전인데도, 주말에 혼자 너를 돌보는 엄마를 위해 종종 우리 집에 와서
엄마 쉬라고 하곤, 너에게 책도 읽어주고, 같이 놀아주곤 했어.
네 돌잔치 사진을 같이 골라주고, 보드에 성장일기를 만들어주고, 돌상을 디자인해 주고,
그때는 엄마가 운전도 못하던 때인데, 함께 부암동 커피프린스 나온 경치 좋은 카페도 함께 가고,
네 살 때인가엔 일본 여행도 셋이 함께 갔었대도!
더 걷기 싫다고 생떼 부리던 어린 너를 엄마가 안으면, 옆에서 가방을 들어주고, 기분을 좋게 해 주려고 옆에서 온갖 이야기와 노래를 해줬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
네가 일곱 살 무렵, 결혼하면서 유학생이었던 남편 따라 미국 가기 전까지
네 어린아이 시절 가장 많이 놀아주었던 이모야.
그때 한번 아빠 쪽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네가 누구 이모 얘기 하니까,
네 친할머니랑 고모가 엄마는 여자형제가 없는데, 너는 왜 이모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냐고 말하곤 했었대도.
꼼꼼하지 못한 엄마 성격 잘 알고, 한 달 전부터 도시락통 사주겠다고 하더니,
엄마가 사양하니까 급기야 오늘 회사 앞으로 찾아와서 꼭 너에게 전해주라고 카드를 건네네.
카드 안에 뭐라고 쓰여 있을지, 뭐가 더 있을지 궁금해서 너에게 열어보라고 했는데,
나중에 열어본다고 하곤 받아놓기만 해서, 더 재촉은 못했어.
쑥스럽게 웃으며 엄마에게 이름만 많이 들었지, 얼굴도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기에,
그 이모와 엄마와 너의 추억을 위에 조금 적어 보았어.
너는
엄마에게는 첫 아이라서, 엄마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는 첫 조카라서, 사랑을 넘치게 많이 받았어.
수능 앞두고 편지 같은 일기를 쓰다 보니, 너의 어린 시절과 함께 했던 사람들을 추억하게 된다.
힘들어도 그 힘듦을 초월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 준 너와,
옆에서 늘 엄마를 응원해 주었던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
이제는,
너의 차례야.
조금만 더 힘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