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순간은 내 마음공부의 시간
어떤 책에선가, 정말 내가 화가 날 때, 참기가 어려울 때나를 잘 돌아봐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평소에는 그 지점을 찾기가 어려우니, 그런 순간이 오면 내 마음 공부의 순간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은 절호의 기회이다.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는 내가 그토록 화가 났던 지점은 어디였을까.
혹시 나에게 어떤 멘탈의 약한 고리가 있었는데 그 부분을 건드린 것일까, 살펴보는 중이다. 그 지점이 다시 터지지 않으려면 꼭 이번에 그 지점을 찾아봐야 한다.
멘탈이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불편한 마음이 드니, 내 마음 속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확인해 볼 일이다.
또한 왜 그토록 화가 난 시점에 따끔하게 내 의견을 조리 있게 말 못 하고 애써 좋게 마무리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도 짚어보고 싶다. 나는 대체로 그렇게 마무리하고 뒤돌아서 내내 후회한다. 그것은 평화를 가장한 회피였을까. 위선이었을까. 그 전에도 종류는 다르지만 분노의 경험에서 이런 감정을 쌓아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쩌면 이것은 내 감정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던 내 심리의 왜곡일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 파트에서 내가 가장 선배이긴 하지만, 후배 A도 입사 10년이 넘은 직원이다.
A가 말할 때 내가 틀렸다고 생각한 부분은,
첫째, 본인의 업무가 많거나, 하고 싶은 업무가 있다면 그 부분만 얘기하면 되는데, 본인의 업무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업무와 업무량을 재단하며 불만인 듯 표출한 부분이다. 파트 내 업무 분장을 본인 입맛대로 하려고 하는 점. 선을 넘는다고 생각했다.
둘째, 평소에는 이야기하지 않다가, 끊임없이 불평을 옆자리 직원들에게 얘기하며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그 날 작정한 듯 말맞추어 터뜨린 부분. 태도의 문제.
셋째, 평소에는 새로운 업무가 오면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면서 본인에게 유리한 것만 하려고 하는 이기적인 태도.
그렇다면 나의 문제는 무엇일까?
평소의 나라면 여러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듣고 내 생각도 차분히 얘기했을텐데, 그 자리에서 차분히 논리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어느 순간 입을 닫았다.
나에게도 억울한 마음과 내 고생을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을 인정해야겠다.
나는 언젠가부터 혼자 매일 야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후배들은 늘 정시 출퇴근이다. 물론 그 부분은 전혀 억울한 부분은 아니다. 나는 정시 퇴근을 독려하고 있으며, 퇴근 시간 이후와 주말은 이메일 및 메신저 어떤 것도 보내지 않는다.
후배들이 주력 프로젝트에 있으니 다른 갖은 사소한 일들 및 우리 파트에 떨어지는 일들을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받아서 해 주는 중이다. 이미 나는 과부하에 걸린 채 몇 달을 보내고 있고, 이것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굳이 너희들이 고마움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니들이 나에게 자잘한 업무를 더 하라고 한다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너희에게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 이만큼 노력했는데, 너희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이런 요구를 이렇게 무례한 방식으로 한다고?
누구에게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생각했는데,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나 보다. 유치한 구석이 나에게 있었구나. 일종의 가면 증후군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 사건 이후, 나는 A와 말로 대화한 적이 없다. 필요한 말들은 사내 그룹 채팅으로는 만난다.
대화를 시도한 쪽은 아무도 없다.
불러서 이야기를 할까, 그냥 이대로 며칠 싸늘하게 지내볼까 수십 번 고민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A는 사과 한 마디 없다.
애초에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사과라는 것도 내 위주의 단어 선택일 지도 모르겠다.
나는 A가 사과하길 원하는 것일까.
아님 그냥 이대로 지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떻게 일의 전개가 진행될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강을 건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