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걸 일상] ‘더 글로리’가 주는 위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해야 할까?

by 낯선여름

그 때 그 때 봐야 대화에 낄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 더 글로리도 그런 드라마였는데 시즌1이 하던 때에는 선뜻 보지 못했다. 3월에 시즌2 할 테니 그 전에는 보겠지 했는데… 시즌2 시작한다는 광고 카피에 깜짝 놀랐다. 벌써 3월이라는 사실에!


일만 하다가,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에 마음 쓰다가 이렇게 시간만 흘려보냈나, 싶었다. 금요일 밤, 전화 영어 선생님에게 이런 푸념을 늘어놓다가 결심했다. 오늘 봐야겠다고. (그러곤, 정말 밤을 꼴딱 새며 봤다.)


드라마는 듣던대로 참 잘 만들어졌다. 주연 여주인공 한 명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름을 모를 정도였는데, 누구 한 명 빠지는 사람 없이 연기가 훌륭하다. 특히 악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생생해서, 현실 어딘가에서 스쳐 지났던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드라마를 다 마치고 마음이 후련한 부분은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판타지. 현실이었다면 가해자들은 여전히 어디에선가 자신의 돈과 권력을 이용해, 일말의 자책감도 없이 잘 살고 있을 것이다. 피해자는 복수는커녕 더욱 힘든 상황 속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테고.


그저, 드라마에서라도 가해자들이 벌 받고,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위로를 갖는, 피해자들끼리 연대하는, 그 연대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요즘 사회에선 너무 팍팍한 일들만 있지 않은가. 타겟 삼아 누군가를 짓밟고. 약한 연대들마저도 모두 와해시키려 하고, 또 거기에 몇몇은 이용당하고…


개인적으로 슬프면서도 가장 오래 생각하게 했던 장면은 따로 있다. 아무도 치료하지 않으려 한 죄수를 치료하려다 그에게 살인을 당한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 아들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게다가 그 살인마는 아들에게 매 월 정기적으로 편지까지 보내며 힘든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그를 면회하여 이유를 묻자, 그는 오히려 그 아들을 조롱한다. 그에게 애당초 이유라는 것은 없었고, 그러니 반성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성선설을 배우고 착하고 바르게 살도록 교육받는다. 어려서부터 전형적인 모범생에 일종의 신데렐라 신드롬까지 있던 나는 먼저 사과하고 좋은 관계로 지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를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좋게 풀리지 않는 관계 앞에 놓이면 스스로를 반성하곤 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 나온 캐릭터를 보고 갑자기 깨달음이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모든 사람이 특정한 이유를 갖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고. 그런 사람까지 다 이해하고 살 필요는 없다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고.


끝내 용서하지 못해 마음이 불편했던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이제는 그 마음을 편하게 두련다. 이해하지 않은 채로. 용서하지도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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