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네카라쿠배당토처럼 일할 수 있다! 누가? 우리가!
한국 토종 대기업. 보수적인 분위기.
반짝거리던 직원들이 오래 일하면서 생기를 잃고 시든 배추처럼 말라가는 곳. 부서장이 시켜서 하는 일이라는 말을 부끄럽지 않게들 이야기하던 경직된 분위기.
내가 아는 회사 분위기는 딱 이랬다. 10년 전인가,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1위에 뽑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기쁘기보다, 씁쓸한 웃음 짓게 만들었던 회사. 그러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다니는 내 속의 모순으로 때때로 마음이 복잡하게 엉키곤 했다.
그렇게 십 수년간 한 회사를 다니다가, 개인적인 일로 회사를 길게 쉬면서 다른 회사도 보고, 우리 회사도 먼발치에서 볼 기회가 생겼다. 대학원을 다닌 것도 다른 길을 찾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 부인은 못하겠다.
어쩌다 보니 다시 복직해 보니, 확실히 회사는 조금 변해 있었다.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 최소한의 장치들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었다. 유연근무제나 캐주얼 복장도 그렇고, 뭔가 계속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장기간에 견고한 성처럼 쌓였던 일 문화는 단시간에 변화가 어려운지, 여전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업무 지시. 부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얼마나 더 다녀야 할지 까마득했다.
그러다가, 작년 초여름, 우리 팀에 새로운 팀장이 임명되면서, 그 후부터 팀의 문화, 일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게 가능해? 하고 의심했던 것들을 팀장은 가능하게 했고, 팀원들도 환호하며 함께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고개를 갸웃했던 나도 열혈 멤버 중의 하나가 기꺼이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다른 팀 동료들에게 자랑하기가 미안했다. 솔직히 오해받을까 봐 두려웠다. 우리가 재택 1회 유지한다고 하면, 다른 팀에서 곱게 보지 않았다. 회사 분위기상 우리 팀도 결국 언젠가 할 수 없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오래 지낸 사람들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1주년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우리 팀은 놀라운 성장을 했다. 그리고 나 또한 한층 더 레벨업 되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신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매일매일 회사 오는 게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문득, 그 한가운데에 있는 천연기념물, 우리 팀장님과 우리 팀원들, 우리가 만든 문화를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경험은 절로 나누고 싶다던가? 회사의 다른 팀원들도 우리 팀 문화를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우리 팀처럼 많은 팀들이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회사 문화가 끝내준다는 실리콘 밸리의 테크 기업, 국내의 네카라쿠배당토가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이런 우리 팀, 자랑 좀 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