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걸의 육아] 고 2 면담 유감

숫자와 등급과 가능컷 딱지가 붙여진 아이

by 낯선여름

고 2 큰 아이 면담 날이다.


엄마인 나는 먼저 ‘시험 잘 봤냐?’ ‘성적표 내놔’ 를 하지 않기로 스스로 정한 원칙이 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아이는 시험을 잘보면 언제나 성적을 자랑했고, 성적표를 먼저 보여줬다. 스스로에게 관대한 성격이라 내가 보기엔 더 욕심을 낼 법도 한데, 이 정도면 잘 했다고 만족해했다.

아이의 그런 태도가 솔직히 싫지 않았다.


그런데 고 2가 된 후부터는 성적표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 성적이 떨어질 것이란 건 예상은 하고 있었다. 고 1 겨울방학을 거쳐 중간고사까지 확연히 공부양이 줄었다. 혼자 공부 하겠다고 학원을 그만둔다고 하곤 내내 집에 무기력하게 누워있었다. 학원을 빠지는 횟수도 많아졌다. 동영상 보강을 신청하고 보지 않았다. 성적이 내려가는 건 너무나 눈에 보이는 수순이었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스트레스 받는 나이라, 공부 얘기엔 민감하게 반응하니 몇 번 시도 끝에 아예 공부 얘기는 빼기로 했다. 안타까워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얘기만 빼면 우리는 언제나처럼 즐겁고 다정한 모자 사이였음에 위안을 삼았다.


오늘 담임 선생님 책상에서 본 성적은, 예상은 했지만 더 처참했다.

고2 면담은 원래 그런 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는 몇 등급, 원점수 몇 점의 아무개였다. 아이가 집에서 학교에서 어찌 지내는지는 대화 소재가 되지 않았다.


선생님은 나에게 아이가 몇 단계 낮추어 ㅇㅇ 대학교 ㅇㅇ 학과를 목표로 하겠다는데, 아셨냐고 물었다. 처음 든는 이야기였다. 학교가 좋은 학교가 아니냐를 떠나서, 아이가 성적에 맞춰 목표 학교와 과를 벌써 수정했을 과정이 눈에 선했다. 마음이 짠했다.


선생님이 나와 면담하기 전 아침에 아이와 면담을 했는데, 아이가 기말고사에 다 올릴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휴… 한숨이 나온다. 성적이 많이 떨어진다고 엄마가 더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지 않은가. 아이가 그렇게 마음을 먹고 다시 달린다면 그저 옆에서 뒤에서 응원해줄 밖에.


하교하는 아들과 인사하며 면담 얘기는 하지 않았다.

땀 폴폴 풍기며 들어 온 아들이 샤워하러 들어가선

큰 소리로 “엄마~ ㅇㅇ 사줘” 한다.

나는 “응? 영어? 문제집 사달라고 했었니?” 되물었다.

“아니. ‘연. 어! ’ 연어 먹고 싶다고! ”


으이구. 너를 어쩌면 좋니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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