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걸의 육아] 이토록 다정한 사춘기 중1 남학생들

아프게 한국을 떠나는 친구를 위해 영상을 만든 아이들

by 낯선여름

지난주 퇴근해 왔는데 중 1 둘째가 할 말이 있단다.


둘째 : 엄마, D 엄마에게 연락 좀 해봐

엄마 : 왜? 무슨 일 있어?

둘째 : 뉴스에 나왔는데... 전동킥보드 사고로 D 누나가...

엄마 : 누나가 왜? 왜? 혹시 사고 당한 거야?


아이가 더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보고 뉴스를 검색했다.

두 명의 여학생이 사고를 당했는데, 운전했던 학생은 치료 중이고, 뒤에 탔던 학생은 치료 중 숨을 거두었다.

뒤에 탔던 학생이 D 누나였단다.


아... 어쩌니...


둘째는 이어서 소식을 전한다. 며칠간 D가 학교를 못 왔는데, 며칠 뒤에 먼 나라로 이민을 간다는 것이다. 아마도 여기에서 지내기 어렵잖아...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모가 있는 캐나다로 아이 먼저 보내는 것 같았다. 친구와 볼 수 있는 금요일에 그 친구를 위해 작은 행사를 해주고 싶어서, 아이는 친구들에게 문자메시지나 영상 편지 찍어서 보내라고 했단다. 편집하고 음악 넣고 영상 만들어서 주고 싶다고.


집 공용 PC로 만들어서인지 그 PC에 자동 로그인 되어 있던 내 카카오톡 메시지 통해 완성된 파일을 자신에게 보냈나 보다. 메시지에 영상이 있다. 클릭하는 순간부터 나는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영상에는 중1 남학생들이 친구에게 보낸 마음이 그득그득 담겨있다.


D와 추억이 있는 모자를 쓰고 " D야, 이 모자 생각나? "라고 말을 시작하는 친구도 있고,

어두운 배경에서 울먹이며 말을 겨우 이어가며 찍은 친구도 있다.

영상을 찍기 어려운 친구들은 메시지로 마음을 전했고,

그것을 아이가 이어서 잘 붙여놓았다.


제일 마지막이 둘째의 영상편지다.


"얼마나 힘들지 상상도 안돼.

여기 전학 와서 처음에 힘들 때 친절하게 대해줘서 잘 적응할 수 있었어..

캐나다 가서도 잘 지내고, 계속 연락하자. 사랑해!"


친구에게 이런 마음도 건넬 줄 알고,

사춘기 우리 둘째도, 친구들도 참 잘 크고 있어서 참 고맙다.


D가 어느 땐가 낯선 곳에서 마음이 더 시리고 아플 때, 너희들과의 좋았던 추억, 이 마음 떠올리며 잘 버텨주길.


D와 부모님께 마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보냅니다. 자식을, 형제를 잃은 그 마음, 그 누가 헤아릴 수나 있을까요. 생각날 때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에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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