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나빠 Apr 14. 2024

스마트폰은 대체될까?

새삼 다시 느끼는 잡스형님의 위대함



애플 출신의 창업자가 세운 AI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에서 선보인 포터블 디바이스 AI Pin이 잠시 화제가 되었다. 가슴에 장착하는 작은 웨어러블 기기는 전화, 메시지, 음악, 카메라, 인터넷과 같이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을 할 수 있고, AI 비서까지 내장되어 있다. 리뷰 동영상을 보면 몇몇 신박한 점도 보인다. 일단 스크린을 과감히 없앴다. 대신 디스플레이는 필요시 손바닥에 레이저로 투사시키고, UI는 투사된 손가락의 제스처 인식을 통해 제어한다. 


이미지 출처=Verge


휴메인 측은 '스마트폰을 대체'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로 제품 개발을 했다는데, 일단 전문 리뷰어들의 반응은 '글쎄요'라고 한다. 알람과 같은 기본 기능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전화 및 음악 감상이 불편하며, 아직 스트리밍도 불안정하다고 한다. 촬영한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리는 게 불편했으며, AI는 먹통인 경우가 많다고. 결론은 'AI Pin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하긴 하다. 전 세계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디바이스는 언제쯤 출현할지. 그동안 시계, 반지, 안경, 고글 등 온갖 신체 부착형 웨어러블 기기가 출몰하긴 했지만, 결국 대중으로 하여금 스마트폰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아직까지도 손에 '휴대' 하는 것이 가장 편리한 사용자 경험이라는 셈이다. 잡스형이 이 요물을 세상에 선보인 이래 20년 동안, 우리의 삶에 직결된 무수한 신기능이 추가되었고, 그에 맞춰 생태계와 UI가 발전해 버려서, 이제 스마트폰이 내 몸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 사실 회사는 꽤나 오래전부터 늘 고민하고 있었다. 넥스트 스마트폰이 무엇일지. 스마트폰이 회사의 주력 사업이긴 하지만, 안주했다간 1등 뺏기는 건 순식간이니까. 그래서 선제적으로 기획해 시계나 VR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도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하곤 했다. 물론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조'의 수단이었지만. 


그런데 이런 물리적으로 신체에 착용하는 기기들보다, 스마트폰이 우리 몸에 더 붙어 있는 느낌이다. 이제 스마트폰을 대체하려면 기존의 사용자 경험을 왜곡 없이 유지시키되, 휴대성은 향상한 그 무언가가 아니면 불가능할 같다. 아니면, 고이디 고인 사용자 경험을 기꺼이 포기할만한, 미칠듯한 혁신이 나타나던가. 현재까지도 많은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 연구자나 UX 전문가들이 이를 고민해 왔을 텐데, 20년간 다름이 없는 것을 보면 그만큼 고착된 관성을 깨는 것이 어려운 법인가 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도 꽤 오래전,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있을 때 잠시 HCI 분야를 곁눈질로 지켜본 적이 있었다. 미국에 출장을 다녀오신 지도 교수가 '웨어러블 컴퓨팅'에 심취하셔서, 코스웍도 개설하시고, 랩 내 연구팀도 가동하곤 했다. HCI 수업을 들으며 꽤 재미있는 개념들도 많이 배웠다. Design Argument, Heuristic Evaluation, Fast Prototyping 등등. 팀 프로젝트로 미래의 커뮤니케이션 기기를 설계하는 것이 있었는데, 얼추 그럴싸한 지금의 스마트 와치 같은 것을 그려냈다. 물론 블루투스 통신 따위 생각지 못해서 시계에 이어폰이 꼽혀있는 모습아주 ugly 했지만. 


그나저나, 이 기사의 말처럼 실리콘 밸리조차 스마트폰의 대체제을 내놓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면, 20년 전 잡스형님은 도대체 몇 년 앞까지를 내다보신 거냐. 



- 예나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