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바르 뭉크 전> |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주변머리만 남은 백발의 노인이 텅 빈 시선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서 있습니다. 움푹 파인 광대뼈와 입고 있는 초라한 정장을 보면 이 노인의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군요. 기둥 시계와 침대 사이의 이 노인은 마치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를 처연히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 그림은 <절규, Scream>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의 자화상입니다.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SFMOMA)에서 진행 중인 <뭉크전>의 입구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그림이죠.
그는 의외로 초상화를 많이 남겼습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는 또한 이별, 고통, 죽음의 그림자가 녹아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핏빛 하늘 아래에서 <절규>하는 누군가를 화폭에 담은 것이 우연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그림에 투영된 그의 삶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마돈나, Madonna>, <별이 빛나는 밤, Starry Night>, <병든 소녀, The Sick Child> <절망, Dispair>, <생명의 춤, Dance of the Life>, <병실에서의 죽음, Death in the Sickroom> 등 웬만한 뭉크의 대표작들을 볼 수 있어 충분히 그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절규>는 오지 않았고, 또한 그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흑백 판화가 없어 아쉽기도 했지요. 언젠가 노르웨이 오슬로에 가게 되면 꼭 들려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미국 자유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도시에 뭉크의 사랑, 절망, 염원 그리고 죽음의 이미지가 오늘도 짙게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 왠지 아이러니 같기만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가을은 지금 그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 예나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