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캔터 아트 센터> |
세 살 딸과 미술관 나들이세 살 딸과 미술관 나들이
가끔씩 가족들과 스탠퍼드 교정을 걷곤 합니다. 서점, 잔디밭, 정원, 교회 그리고 가까이에 미술관이 있어 한가로이 산책하기엔 좋은 코스죠. 스탠퍼드 캠퍼스에 있는 미술관 캔터 아트 센터(Cantor Arts Center)는 로뎅 정원과 함께 반나절 정도 시간 보내기 괜찮은 곳입니다. 게다가 무료.
상설관에는 여느 유럽 미술관들에서 볼법한 유명하고 화려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미국 미술, 아프리카 예술, 아시아 예술, 현대 미술 등의 작품이 골고루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미술관의 자랑이라고 하면 역시 '로뎅'의 조각들이지요. 이 미술관 설립 시 후원자이었던 제랄드 캔터 (B. Gerald Cantor)가 소장하고 있던 로뎅의 조각들 187점이 미술관과 야외 정원에 모여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키스><칼레의 시민> 그리고 필생의 역작인 <지옥의 문>까지.
휴일을 맞아 딸아이와 단둘이 미술관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아이 손을 잡고 그림을 함께 올려다보며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보았습니다만... 아직 딸아이에게는 어려운가 보네요. 하지만, 예전만큼 지루해하지 않고 아빠를 잘 따라다니는 걸 보니 딸에게도 조금씩 심미안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
돌아오는 차 안에서, 뒷좌석에 앉은 딸아이가 혀 짧은 소리로 했던 말.
"그림 보는 거 재밌넹"
이 한 마디가 딸과의 데이트를 즐겁게 마무리해 주었습니다. 또 오자꾸나. 딸.
참 반가웠습니다. 이 곳에서 피카소의 그림 한 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초창기 그림이라니. 그가 예의 큐비즘으로 빠져들기 전 이렇게 낭만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잠시 파리에 머물던 시기, 피카소도 몽마르트르의 가난한 예술혼이었지요. 신인상주의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마치 로트렉 툴르즈의 여인 같은 그림이었습입니다.
또 하나의 반가운 그림이군요. 이 곳에서 17세기 네덜란드 그림도 볼 수 있다니. 17세기의 네덜란드에서는 그림이 더 이상 높으신 어른들만의 향유물이 아니라 시장에 일하는 상인, 꽃을 키우던 농민과 같은 보통 시민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오락거리였습니다. 그래서 그림의 소재는 시민의 일상과 정물이 많았습니다. 합리적이고 진보적이었던 네덜란드의 시민의식이 예술을 소유하고 즐길 줄 아는 안목까지 길러주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