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 입학통지서를 들고 호그와트로 향한 이야기
지난 9월 1일, 전 세계 해리포터 팬들에겐 특별한 날이었다. 그날은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개강일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BackToHogwarts라는 해쉬태그로 팬들이 개강을 기념했고, 오프에서는 여러 행사가 열렸다. (본문 참조) 나 역시 해리포터 시리즈의 팬이어서 지인들과 이것저것 덕내나는 이야기를 하다가, 해리포터 관련 여행지나 굿즈, 사이트 등을 소개하는 '호그와트 입학 썰'을 풀어본다.
*맨 정신에 썼습니다.
*사진 아래 설명은 Fact입니다.
매년 9월 1일은 호그와트 개강일이자 신입생 입학식이기도 하다. 이날에 맞춰 많은 호그와트 입학 지망생들과 입학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데, 나도 작년에 호그와트 입학통지서를 받은 터라 개강에 맞춰 학교에 가느라 8월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입학통지서를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호그와트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었다. 가장 좋은 정보는 역시 책에서 얻을 수 있었다. 볼드모트를 물리친 위대한 마법사 해리포터의 업적을 기린 그의 일대기를 읽고 마법사로서의 포부를 키울 수 있었다. 보충교재로는 아이패드에서 e-book으로 구매해 호그와트 시리즈 3권을 읽었다.
마법세계가 바탕인 위인전이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는 내겐 한 사람의 사춘기를 거친 성장통을 다룬 이야기로 와 닿는다. 호그와트 선배님이신 해리 포터님은 평범하다 못해 사랑도 못 받는 아이이지만 자신이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걸 알게 된다. 그 사실은 가족이 아닌 아이의 숨은 장점을 봐주는 사람들이고 아이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봐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힘을 얻는다. 아이는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가진 능력을 올바르게 쓰지 못할까 고민하고 두려워하지만, 신뢰성 짙은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힘을 올바르게 쓰는 법을 깨닫게 된다. 많은 마법사가 있지만 해리포터가 크게 사랑받는 데에는 머글들도 공감할 자신의 본질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 고민과 실패 등 성장을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호그와트로 향하기 전 다이애건 앨리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사두었다. 신입생이라면 꼭 사야 하는 크고 작은 냄비와 교과서도 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지팡이였다. 올리밴더 씨의 가게에서 나는 스캐맨더 교수님과 같은 진주조개로 만들어진 지팡이에 선택당했다.(꺄)
드디어 9월 1일, 11시 런던 킹스크로스 역 9와 4/3 플랫폼에서 호그와트행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짐을 챙기고 역으로 향했다. 이번 개강일은 #BackToHogwarts라는 해쉬태그로 SNS에서도 개강일을 기념했다. 그뿐만 아니라 해리포터 세계관을 담은 웹사이트 포터모어(Pottermore)서도 유명 마법사들이 젊은 시절 모습으로 영상에 출연해 개강과 입학자들을 축하했다. 미국의 일리 모어 마법학교 출신인 티나, 퀴니 골드스틴 자매의 모습도 반가웠다.(영상 보기 https://www.facebook.com/pottermore/videos/1943024239340196/)
'포터모어'에서는 각종 마법 세계의 설정들과 유명한 마법사들의 가족 이야기, 숨겨진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영국의 호그와트를 머글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조앤 롤링은 그것도 모자라 포터모어 사이트를 통해 미국, 일본, 남미 등 세계의 마법 학교의 정보도 알렸다. <해리포터>를 알림으로써 이미 충분한 부와 명예를 가진 그녀는 매주 2, 3개씩 마법사들의 세계관을 알리는 일을 왜 하는 걸까?
포터모어 1.0은 호그와트 속의 게임을 즐기고 커뮤니티성으로 운영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2.0은 마법사 세계관과 설정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는 그녀가 이 세상 누구보다 가장 해리포터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계속 소통하고 싶어 한다. 시리즈는 끝났지만 스핀오프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평생을 함께하는 해리포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해리포터가 친구로 남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사이트의 콘텐츠들 보다 보면 그녀가 해리포터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누군가의 잠재력과 그 힘의 원동력이 되는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이야기의 본질이 포터모어에서 전해진다. (사이트: https://www.pottermore.com/)
그래도 올해 개강파티(?)의 가장 큰 행사는 역시 킹스크로스 역에서 이뤄졌다. 킹스크로스 역에 덤블도어 교수와 스캐맨더 교수가 젊은 시절 모습으로 등장해 호그와트로 향하는 학생들을 격려해주러 온 것이다. 그들은 마법사뿐만 아니라 머글들과도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줬다. 무엇보다도 킹스크로스 역 전광판에 호크와트행 열차 안내가 뜬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파가 많아서 9와 4/3 플랫폼에 잘 통과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교수님들의 격려 아래 무사히 플랫폼을 지나칠 수 있었다.
열차에 탑승 후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인상적이었다. 도시에서 출발해 넓은 들판이 나오더니 끝이 보이지 않았다. 호그와트가 있는 하이랜드로 가는 4시간여 동안 날씨도 변덕스러웠다. 흐렸다가 맑았다가 비가 오다가. 날씨가 갑자기 흐려졌을 땐 살짝 추워져서 '디멘터가 온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그냥 잠깐 싸늘해진 것뿐이었다.) 그리 멀지도 않은 거리였는데 날씨와 끝없이 하늘을 보여주는 풍경 덕에 꽤 멀리 온 기분이 들었다.
호그와트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연회장에서 받는 기숙사 배정이었다. 모자가 내 이름을 호명하고 앞으로 나갈 때까지 시간이 꽤 길게만 느껴졌다. 모자가 "그리핀도르!"라고 외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던 것 같다. 그리핀도르의 연회 테이블에 앉아서 같은 기숙사 친구들에게 환영을 받으니 정말 호그와트 학생이 되었다는 게 실감 났다.
기숙사 배정을 받은 후, 맥고나걸 교수님과 반장을 따라 호그와트의 구석구석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100가지 포인트가 있었는데, 퀴디치 연습장도 볼 수 있었고 곳곳에 해리포터 책에 나온 장소들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너무 큰 곳이라 하루 만에 다 볼 수 있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마법학교답게 지팡이 몇 번 휘두르니 장소도 금방금방 안내받을 수 있었다. 시간도 꽤 길게 느껴졌는데, 아마도 맥고나걸 교수님이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에게 줬다는 타임 터너를 활용한 게 아닌가 싶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역시 도서관. 우리나라는 클래식한 느낌의 도서관이 없는데 호그와트 도서관은 크고 웅장한 느낌이라 좋았다. 여기 있는 책들을 헤르미온느만큼은 다 읽진 못해도 많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도서관이 가장 좋았다. 특히, 햇빛 자연광이 서서히 책 등을 비치는 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입학 다음날, 현장학습으로 해리포터가 덤블도어 교수님과 함께 볼드모트의 호크룩스를 찾으러 간 절벽에 갔었다. 바람이 꽤 쎄서 절벽 아래까지는 못 내려갔지만 위대한 마법사 선배님들이 어둠의 마법을 무찌르기 위해 거친 곳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꽤 설레었다.
실제로 이곳은 볼드모트가 어린 시절 자주 왔던 곳이라 한다. 그가 있던 보육원에서 소풍으로 가던 곳이라 하는데, 보육원에서 자신을 괴롭힌 아이를 마법을 사용해 절벽 아래 동굴에 두고 왔다 하니.. 마법을 개인적인 복수나 원한에 쓸수록 자신의 힘을 올바른 곳에 쓰는 것과 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해리포터도 어린 시절엔 자신을 괴롭히는 두들리를 동물원 뱀 우리에 가두는 짓을 했지만(해리포터 인성 논란) 친구들과 싸우고 틀어지고 이해하는, 서로를 믿어가는 관계를 겪으며 자신의 힘을 컨트롤할 수 있는 마법사가 되었다. <해리포터>에서는 한 사람에게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그리고 타인을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단순하게 나열할까 하다가, 입학통지서와 티켓을 보니 내가 정말 호그와트에 간다면 어떨까? 란 생각을 하며 내가 경험한 <해리포터> 세계를 사진과 함께 정리해봤다. 이렇게 정리해 보 자라 맘먹은 순간부터 가슴 벅차게 설레었고 콘텐츠를 만드는 내내 신났었다. 엉뚱한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끔 뉴트의 지팡이를 꺼내서 괜히 휘둘러 보기도 하고 정말 마법사라고 생각하며 이것저것 상상할 때도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나 역시 나도 모르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생각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해리도 자신이 누가 마법사라 말할 때까지 그저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지금처럼 그냥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며 어쩔 수 없이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당신이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가끔은 주파수를 '마법사'로 사는 즐거움에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 내게 있는 '숨겨진 힘'을 믿어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생이 확 바뀌진 않겠지만, 분명 다음날은 다르다. 예컨대, 맑은 날도 아닌데 흐린 날이 반가워질 수도 있다.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면 '디멘터들이 몰려왔군...'이라 생각되고 어디선가 마법사들이 악에 대항하고 있을 거란 재밌는 상상도 할 테니까. 항상 흐린 날엔 지치던 사람이라면 그런 상상을 통해 흐린 날을 극복해보는 것이다. 힘든 상황도 즐겁게 만들어 내버릴 수 있는 '마법' 같은 힘은 생각보다 작은 상상력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