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리 AIRY Oct 12. 2021

어떤 시기를 보내고 계세요?

부정사람에서 긍정사람이 된 시기

긍정적인 것만을 찾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땐 짐 캐리가 나오는 <예스맨>을 보고 나서 왠지 영화에 화까지 났는 걸요. 세상에는 슬프고 분노할 일이 가득한데 한없이 착한 척, 평화로운 척, 긍정적인 척, 잘 살고 있는 척하는 것 같았어요. 삶과 세상의 잔인함을 마주하고 무언가를 바꿀 용기가 없어서라고 생각했어요. 인생은 외롭고 고통스러운데 우리는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연극을 하는 것뿐이라면서.


지금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할 순 없어요. 하지만 약 2년 동안 저는 난감하고 불편하고 슬프고 화나는 생각투성이일 때도 마음의 안전과 감사함을 찾아요. 삶과 세상의 잔인함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진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일단 살고 보자는 마음이 커요. 나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싶어요. 마음이 불편한 채로 오래 살았더니 몸과 마음이 무척 아팠거든요. 살고 싶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바뀌었어요. 더 이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고 있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지 않아요. 그렇다고 부정적인 마음으로 살고 있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요. 말 그대로 보이는 것이어서기도 하구요.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구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하면서도 애써 파헤치지는 않으려고 해요. 알 것도 같지만 알지 못할 수도 있어서요. 모순되거나 양립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감정들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자유로워졌어요.


아주 가끔 이렇게 된 스스로를 자책할 때 있어요. 나이브해진 걸까? (그런데 저는 나이브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많지는 않아요) 나이브하고 편하고 싶은 나라서 사람들과 멀어질까 두려울 때도 있어요. 부정으로 빠졌을 때도 그랬는데, 긍정으로 빠진 상태일 때도 그러네요. 이도 저도 아닌 상태나 어떠한 상태에서조차도 두려움은 찾아올 것 같아요.


까탈스러운 욕심쟁이 마음이 있어요. 속은 폭발하고 싶은 데 겉은 번지르르하게 살아가는 시간도 싫었고요. 속은 편안하고 싶은데 겉으로 마구 울분을 뿜어내는 시간도 싫었어요.


하지만 삶을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간단히 나눌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도 굳이 둘로 나눠 스펙트럼 속의 나 자신을 가늠해보자면 지금은 예전보다는 훨씬 긍정사람이라는 것이죠.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는데도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흔들려도 금방 고요함을 찾아 길을 걷지만, 또 매일매일 흔들리고 무너져서 심하게 아파하는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시기도 있고 저런 시기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항상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태로 어떤 시기들을 연속적으로 타고 넘으며 살아가고 있는 기분이거든요.


최근에는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감사함과 즐거움의 표현을 많이 하고 싶어요. 제게 오는 사랑과 존중, 즐거움의 표현을 감사하게 즐기고 싶어요. 욕심보다 한없이 부족하지만 제 자신이 부족하다고 매일 울지는 않아요. 아직 스트레스는 받지만 그것도 그러려니 해요. 많이 미안했고 미안하고 앞으로도 미안해요. 많이 고마웠고 고맙고 고마울 거예요.

그림 : 로잉


참, 어떤 시기를 보내고 계세요? 제가 도식화한 구조가 아니어도 좋고요. 어떤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작가의 이전글 우리 만남은 내면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