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작가를 위한 AI 활용법 | 1
1. 장편 시나리오 작가의 구조 파악 문제
2. 기존 도구의 한계 (포스트잇, 스크리브너)
3. AI 활용 해결책 (1분 만에 씬 리스트 자동 생성)
- 장편 시나리오 초고를 쓰는 중인 작가
- 스크리브너 구매를 고민 중인 분
- 효율적인 작법 도구를 찾는 분
한 번쯤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다가 잠시 손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 연필을 이 각도 저 각도 대보며 눈대중으로 확인하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까이서 디테일을 그리다 보면 전체 그림이 잘 안 보이니까, 중간중간 멀리 떨어져서 전체 형태를 확인하고 “어디를 어떻게 더 가야 할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그림이 엄청나게 크지 않다면, 전체를 한눈에 보는 게 그나마 가능하다.
그런데 글은 어떨까?
특히 시나리오 작법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작가 지망생이나, 장편 시나리오 초고를 쓰는 단계에서 가장 힘든 건 이거다.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지금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다. 단편은 그래도 괜찮다. 스크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읽으면, 조금만 집중해도 금방 내용이 잡힌다. 플롯도 보통 많아봤자 두세 개, 대개는 하나의 중심 플롯이니까.
문제는 장편이다.
아무리 내가 쓴 이야기라 해도 50매 정도 되는 분량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완벽하게 넣어두는 건 어렵다. 초고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는 특히 더 힘들다. 트리트먼트가 20매 정도 된다 해도 마찬가지다.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머릿속에서 구조가 정리되기도 어렵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결국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각 장면을 쓴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해서 한 발자국 뒤에서 전체를 진두지휘하기가 어려워진다. 디테일만 보다가 결국 길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건 작가에게 아주 치명적이다.
그래서 유명한 작가들이 스티키 메모지(이른바 포스트잇)를 벽에 잔뜩 붙여놓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디지털 버전으로 자주 언급되는 게 스크리브너(Scrivener)다.(스크리브너를 처음 들어봤다면 링크로 들어가서 가볍게 살펴보아도 좋다.)
스크리브너는 영국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로, 2007년 1월 20일에 발표되었다. Literature and Latte에서 개발했고, 소프트웨어를 한 번 구매하면 88,000원으로 평생 사용할 수 있다.
포스트잇 방식은 분명 직관적이다. 그런데 지금 그걸 하는 게 맞을까? 물론 이 방법이 제격이라 느껴진다면 그게 정답이다. 다만 포스트잇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한 자라도 더 써야 할 시간에, 포스트잇에 다시 적고 벽에 붙이고 정리하는 과정이 들어가면 결국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
스크리브너도 마찬가지다. 강점이 있다. 가장 큰 강점은 원 씬 원 카드 기능, 그러니까 씬을 카드처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잇을 디지털로 옮겨온 셈이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기능이 워낙 많아서 배우는 데 한 세월이 걸린다는 것.(스크리브너만 구글에 검색하면 사용법에 관한 포스팅만 잔뜩이다.) 그리고 한국식 극작과는 다소 형식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한글 프로그램을 쓰던 한국 작가들에게 약 9만 원의 지출을 또 해야 한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언제 입봉 할지도 모르는데 9만 원은… 솔직히 약간 부담스럽다.
그래서 나는 이 AI 시대에, 어떻게 하면 시나리오 작가들이 한 글자라도 더 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만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자신이 LLM에 입력한 내용이 혹시라도 유출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전문이 모두 보이는 건 아닐지라도, 어쨌든 LLM이 자체 학습한다는 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강력한 방법이 있다.
먼저 제미나이에 접속한다. (구글 계정으로 무료 사용 가능)
좌측 하단의 파일 첨부 아이콘을 클릭하고, 시나리오 파일(.docx, .pdf, .txt 모두 가능)을 업로드한다.
업로드가 완료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한마디로 엑셀화하는 것.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다. (프롬프트는 예시이니 그대로 쓰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각자 손맛과 글맛에 맞게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을 추천한다. 프롬프트 작성은 LLM에게 도움을 청하면 좋다.)
당신의 역할은 시나리오 분석가이자 편집 조감자다.
내가 업로드한 파일에는 장편 시나리오 또는 트리트먼트 전체가 담겨 있다.
(텍스트 파일, PDF, 워드 파일 등)
당신은 이 파일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고,
한 씬도 빠짐없이 분석하여 전체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씬 리스트 엑셀 시트’ 형태로 변환해야 한다.
────────────────────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1. 단 한 씬도 누락하지 말 것
2. 씬 번호는 원문 진행 순서 그대로 부여할 것
3. 임의로 씬을 합치거나 쪼개지 말 것
4. 씬 요약은 반드시 “한 줄”로 제한할 것
5. 감정 설명이 아니라 행동 중심으로 작성할 것
6. 추론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추정)”이라고 명시할 것
7. 결과물은 엑셀에 바로 붙여 넣을 수 있는 표 형식일 것
8. 모든 결과물은 한국어로 작성할 것
────────────────────
[엑셀 시트 칼럼 구성 – 순서 절대 변경 금지]
| 씬 번호 | 씬별 한 줄 설명 | 장소 | 시간대 | 주요 인물 | 씬의 핵심 행동 | 씬의 의도 | 서사적 기능 | 갈등 유무 | 비고 |
────────────────────
[각 칼럼 작성 기준]
- 씬 번호 : 1, 2, 3… 원문 순서대로 번호 부여
- 씬별 한 줄 설명 : 상황 요약 ❌ 감정 묘사 ❌
: “누가 무엇을 행동으로 하며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를 한 문장으로 작성
- 장소 : 구체적으로 명시 (실내/실외 포함) 예) 안방, 복도, 외부
- 시간대 : 낮 / 밤 / 새벽 / 특정 시기 (과거, 현재, 특정 연도 등 포함 가능)
- 주요 인물 : 해당 씬에서 행동을 주도하는 인물 위주로 기재
- 씬의 핵심 행동 : 이 씬에서 반드시 발생하는 물리적·서사적 행동
- 씬의 의도 : 아래 중 하나 이상을 명확히 서술
· 인물 성격 드러내기
· 관계 변화
· 정보 제공
· 감정 축적
· 갈등 심화
· 반전 준비
- 서사적 기능 : 가장 가까운 하나만 선택
· 도입
· 사건 촉발
· 갈등 확대
· 중간점
· 위기
· 클라이맥스
· 결말
- 갈등 유무 : 있음 / 없음 : 있다면 간단히 무엇과의 갈등인지 병기
- 비고 : 삭제 가능성, 통합 가능성, 반복 정보, 톤 문제 등 메타 관점의 코멘트만 작성
────────────────────
[출력 방식]
- 마크다운 표 형식으로 출력할 것
- 엑셀에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가능해야 함
- 표 외의 해설, 요약, 코멘트는 절대 추가하지 말 것
- 오직 씬 리스트 표만 출력할 것
────────────────────
[분석 대상]
내가 업로드한 파일 전체
그럼 이런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Sheets로 내보내기'를 클릭하면 자동으로 구글 시트를 생성해 준다.
엑셀로 원할 경우 복사 후 붙여넣기 하면 된다.
그러면 이렇게 원하는 씬 리스트를 한 번에 만들어준다.
이렇게 만든 씬 리스트를 토대로 손쉽게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퇴고를 할 때마다 씬 리스트를 새로 생성할 수 있다. 단, 주의할 점은 LLM의 출력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으니 매번 휴먼 터치로 검토하고 제외한 내용 혹은 씬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시나리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날까지 응원합니다.
다음 연재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