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أنا عائشة (Ana Aisha. 나는 아이샤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완벽을 기하는 사람인지라, 카카오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고 나서도 한동안 한 자도 적지 못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글을 세상에 내비칠 수 없다는 편협한 자존심에서 기인했지만, 오래된 꿈을 독백으로 간직하기는 아쉬웠다. 새뜻한 글 재간을 갖춘 것도 아니고 아직 백지와 마주하는 순간이 어색하고 어렵지만, 세상의 끝을 향하는 길 위에서만큼은 키보드에 양손을 올려놓고 한껏 몸부림쳐볼 예정이다.
카카오 브런치 필명은 아랍 친구가 지어준 이름으로 정했다. 처음 후보에 오른 이름은 Aryam(아르얌, 사슴)인데, 발음의 용이성 측면에서 빛의 속도로 탈락시켰다. 아랍어의 <R> 사운드는 비흡연자인 나에게는 난도가 높다. 연초를 연달아 핀 듯한 허스키함을 베이스로 공기반 소리반으로 성대를 박박 긁어 울리는 소리다. 누군가 나를 Aryam이라고 부른다면, 당장 금연껌이라도 선물할 것 같았다. 이리하여 후 순위 이름이 인생이란 의미를 담은 Aisha(아이샤, 인생)이다. 괴상한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반신반의하며 유튜브에 이름을 검색했다. 곱디고운 아랍 처자들이 수두룩하게 나오는 걸 보니, 괜스레 부듯해진다. 아랍인들이 좋아하는 밤의 시간에 방구석에서 백지와 마주하는 인생이라는 뜻을 지닌 필명이 쏙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