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심

by 난이방인

내가 소싯적에 기회가 될 때마다 즐겨봤던 영화는 ‘냉정과 열정 사이’였어. 그 영화는 동명 제목의 소설이 원작으로 두 남녀 작가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시선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담담히 말해주었어.

두 사람의 뜨거웠던 교감에서 차분해지는 마음으로 변해가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영화였어. 영화를 보고 나면 느끼는 것이 사람은 자신의 상황과 주변과의 영향, 그리고 먹먹하게 흘러가는 시간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감정이 변해가는 것 같아. 마치 물이 담긴 비커에 한 방울의 물감에 떨어지는 순간, 물감 분자분자들이 물속에서 유영하듯 퍼져가는 것처럼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이 많아지다가도 물감이 다 퍼져 나가 버리면 이해는 무관심으로 바뀌게 되는 것처럼 보여.


요즘 내가 그랬어.

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네게 내가 무엇을 하는지, 누구와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것도 나에 대한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 주말에는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국립중앙박물관까지 갔어. 박물관 1층에는 디지털 실감 영상관이 있는데, 사방이 어두운 곳에 금강산, 정조의 화성행차 등 몇 가지 주제로 영상을 보여주는 곳이야. 자전거를 타고나서 더워진 몸을 식히면서 쉴 수도 있지만, 어두운 곳에서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키기에도 좋은 일석이조의 명당 같은 곳이야. 그곳을 다녀왔어.

그날은 나와 편한 선배와 저녁을 먹었어. 그 선배님은 아이들이 모두 미국으로 가서 형수님과 둘이 지내는데 그날은 형수님이 저녁 약속이 생겨서 나와 저녁을 먹었어. 근래에 목공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세상과 경험, 그리고 그 속에서 생기는 소소한 기쁨들을 말씀해 주셨어.


무엇 때문인지는 나도 잘 몰라.

마음이 멀어져서 그렇겠지, 마음이 다쳐서, 식어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하고 말았어.

나 같은 사람은 너의 행동을 보고 행동을 하는데 내가 보는 너는 변했어.

나는 자주적이지 않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외롭게 있고 싶지도 않아. 그리고, 혼자인 것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아.

평소의 너는, 나를 어찌 보는지 모르지만 더 이상은 네 감정에 내가 휘둘리고 싶지 않아.

알려 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고, 행여 이 글도 네가 읽지 않기를 기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