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새로운 시작과 끝

by 이상필
종점
- 기차, 버스, 전차 따위를 운행하는 일정한 구간의 맨 끝이 되는 지점.

우리 동네엔 버스 종점이 있습니다. 버스 종점은 이름처럼 버스의 운행이 종료되는 마지막 버스 정거장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운행을 시작하는 기점이기도 합니다. 종점이 되는 버스 정거장에는 다양한 번호의 버스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운행을 나갑니다. 그리고 각자의 목적지에 다다른 버스들은 그곳에서 회차해 다시 종점으로 들어와 한 곳에 모입니다.


육아는 참 '종점' 같습니다. 아기가 무언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면서도 그 끝을 바라보게 되는 '종점' 같습니다. 아기를 임신하고 10개월 동안 고생하여 배 속에 아기를 간직하고 있으면 출산을 기다립니다. 출산을 통하여 육아가 시작하게 되면 어느샌가 마음속에 '이 아이를 언제 다 키우지?'라는 생각과 함께 육아의 끝을 기다리게 됩니다.

수유를 시작하여 모유나 분유를 먹일 때면 어느샌가 이유식의 시기를 기다리고, 초기 이유식을 시작하여 완료기 이유식에 이르게 되면 어른들과 함께 일반식을 먹는 날을 기다립니다.

인형같이 하루 종일 누워있는 아기를 보고 있으면 뒤집기를 기다리고, 수없이 뒤집기를 반복하는 아기를 보고 있으면 배밀이를 기다립니다. 온 집안 방바닥을 쓸고 다니며 배밀이를 하고 있는 아기를 보고 있으면 무릎으로 기기를 기다리게 되고 한시도 쉬지 않고 기어 다니는 우리 집 똥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짚고 서기를 기다립니다. 또 틈만 나면 무언가를 짚고 서는 아기를 매일 같이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으면 아장아장 한 걸음씩 걸음마하는 모습을 기다리게 되고 무릎 보호대를 하고 위태롭게 한 걸음씩 걸음마를 하는 아기를 보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을 기다리게 됩니다.

태어나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기도 때가 되면 배변 훈련을 시작하게 되고, 배변훈련이 시작되면 완전히 기저귀를 떼고 안심하고 팬티를 입고 생활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게 됩니다.

이렇듯 육아는 아기의 수많은 새로운 시작과 끝을 반복하여 경험하는 '종점'과 닮은 것 같습니다.


유주가 언제부턴가 밖에 나갈 때면 까먹지 않고 자신의 물건을 하나씩 챙깁니다. 처음에는 작은 장난감이나 인형을 들고나가더니 어느샌가 손에 쥐고 다니는 것이 아닌 서서 타는 킥보드나 앉아서 타는 롤링카, 또는 인형을 넣고 직접 밀고 다니는 유모차를 끌고 외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선물 받은 아기 인형을 작은 유모차에 태우고 유주가 직접 끌고 나왔습니다. 목적지 없이 유주가 유모차를 끌고 가는 것을 따라가며 지켜보는데 그 모습이 진짜 아기의 보호자처럼 꽤나 점잖고 차분했습니다. 평소 킥보드나 롤링카를 타며 즐거워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유모차들을 끄는 엄마, 아빠의 표정과 모습을 따라 하는 것처럼 차분하고 진지했습니다. 행여 유모차 안에서 인형이 자리를 못 잡고 움직일 때면 멈춰 서서 인형을 바로 잡아주고 길이 좋지 않아 유모차가 기울어져 쓰러질 것 같을 때면 온 힘을 다해 균형을 잡아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가 성장하는 데 있어 당연하고 별 의미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유주는 자라면서 때에 따라 새로운 놀이를 시작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처럼 육아는 때마다 아이가 어떠한 버스로 어디에 가느냐에 따라 새로운 상황과 환경을 맞이하게 되고 그 안에서 아이는 성장하고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부모는 종점에서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기다리고 바라보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하여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언젠가는 아이들의 성장도 육아의 마지막 종점에 다달을 날이 올 것입니다. 그동안 부모는 계속해서 성장하는 아이의 새로운 모습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지혜롭게 돌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나아갈 방향을 적절하게 파악하고 올바른 버스를 제때 출발시켜 목적지에서 회차해 종점으로 돌아오는 버스들을 막차 시간에 한 곳에서 바라본다면 아이의 육아를 잘 마무리했다고 보람을 느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