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힘 빼기

by 이상필

여름 어느 날, 우리 가족은 가까운 해수욕장에 다녀왔습니다. 전염병 확산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해수욕은 할 수 없었지만 방역수칙을 지키며 모래사장을 거니를 수는 있었습니다. 해변을 산책을 하는데 역시나 유주는 아이답게 모래놀이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차에 있는 온갖 소품을 동원해 놀이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모래를 만지고 밟으며 촉감놀이를 하고, 두꺼비집을 만들고 터널을 뚫어 자동차를 통과시키고, 다양한 틀에 모래를 넣어 모형을 찍어냈습니다. 유주는 모래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놀았습니다.

모래놀이를 마치고 모래를 씻어주기 위해 바다에 손과 발을 헹구려 하는데 유주가 완강히 거부합니다. 왜 그러냐 물어보니 바다에는 아기 상어가 살아서 잡아먹을까 봐 무섭다고 합니다. 너무 귀여운 상상에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졌고 유주에게 조곤조곤 설명하여 안심시킨 후에야 겨우 씻길 수 있었습니다.

해변에서 나온 우리는 과자를 사서 하늘에 나는 갈매기들에게 던져주었고 눈 앞에서 갈매기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유주는 신기해하면서도 무서워했고 과자를 코앞에 던져놓고 재빠르게 엄마 뒤에 숨곤 했습니다.

이렇게 재밌고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내고 집에 가기 위해 차에 타려는데 유주가 갑자기 그곳에서 롤링카를 타겠다고 합니다. 그곳엔 길이 좁고 차가 많이 다녀 롤링카를 탈 공간이 마땅치 않아 유주에게 이곳의 상황을 설명하고 동네에 가서 타자고 권했지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안전과도 연관되어 있는 상황이기에 저는 유주의 의견을 수용해줄 수 없었고 결국 유주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 동안 실랑이 끝에 훈육으로 통하여 유주를 차에 태울 수 있었고 우리는 집으로 향하는 길 모두 지쳐 있었습니다.


모래는 움켜쥐면 쥘수록 손에서 빠져나오기 마련입니다. 더욱 세게 잡아 놓치지 않으려 하면 결국 남는 것은 얼마 없습니다.

부모는 엄마 배 속에 아기를 임신하고서부터 많은 육아 지식을 습득합니다. 그리고 그 지식과 자신이 살면서 경험한 생각을 기준으로 온 힘을 다해 아이를 돌봅니다. 하지만 너무나 야속하게도 아이는 부모의 머릿속에 있는 계획과 뜻대로 따라주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며 말을 듣지 않기도 하고 부모에게 화를 내거나 사고를 쳐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부모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육아에 실망과 좌절을 느끼며 지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지 부모가 기쁘고 보람된 일만을 바라거나 무언가 보상을 받기 위해 육아에 열심을 다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름지기 부모에게는 아이가 온전히 성장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 보살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고귀한 책임에 실망하고 좌절하며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손에 움켜쥐고 있는 모래를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서는 힘을 빼야 합니다.

마음 편한 육아로 아이와의 행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면 부모의 기준과 생각의 힘은 빼고 내 아이의 생각과 시선에 눈을 맞추어 아이를 돌보아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습득한 지식과 삶의 경험이 육아의 잣대가 되어 마음의 상처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를 더욱 섬세하게 볼 수 있고 보다 가까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지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분명 해수욕장 어딘가에 롤링카를 좁게나마 탈 수 있는 공간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