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상황 즐기기

by 이상필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유주 어린이집을 보낼까 말까.
밤새 태풍으로 인해 비가 많이 와 등원 길이 걱정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집에 있으면 그 시간이 아이에게 너무나도 따분한 시간이 될 것 같았습니다.
갈등 중에 비바람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습니다.
차로 후딱 데려다주고 오면 어린이집에서 알차게 놀다 올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주에게 우산, 우비, 장화를 풀템으로 장착시켜주고 설렘 가득하게 집에서 나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비가 오면 등원 길이 참 분주합니다.
우산 들랴, 아이들 짐 들랴, 게다가 아이가 어리면 아이까지 들랴.. 나에게 떨어지는 빗방울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비를 맞으며, 빗소리를 들으며,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심지어 물웅덩이 위를 첨벙첨벙 걸어 다니며 물장구를 칩니다.

어쩌면 우리가 육아를 하며 힘들어하는 건 주어진 상황에 대한 목적이 너무 뚜렷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상황을 즐기는 아이와 등원이라는 목적에 갇혀 이 상황을 힘들어하는 부모.
우리도 아이들처럼 함께 이 상황을 즐길 수 있는 육아를 한다면 얼마나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하늘에 구름이 많아지면 날씨가 흐리고 먹구름이 되어 비와 바람을 일으킵니다.
혹시 우리의 마음이 이렇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육아에 대한 잡다한 지식과 기준, 생각이 너무 많아 이러한 것들이 내 아이를 돌보는데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단지 우리가 살아가는 삶 중에 아이와 함께 즐기며 부모 역할에 책임을 다할 수 있다면 모두가 행복하고 보람된 육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비바람 부는 육아의 상황을 탓하며 내 육아 철학을 고집하기보단 아이와 함께 보고 듣고 느끼며 즐길 수 있는 하루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