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겸손

by 이상필

하늘은 정말 높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평소에 우리가 크게 보았던 높은 건물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작게 느껴집니다.


하루는 가족들과 유주 하원 후 상암동에 있는 하늘공원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맹꽁이 전동차를 타고 동산을 올라가니 넓고 예쁜 공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높고 맑은 하늘, 넓게 펼쳐진 억새밭, 푸르른 풀과 나무들..

저와 아내는 그곳의 아름다움에 반하였습니다.

그래서 곳곳을 다니며 유주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사진도 찍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유주는 저희와 관심사가 달랐습니다.

개수대에서 물놀이를 하고 싶어 했고, 바닥에 개미를 보고 싶어 했고, 돌멩이를 줍고 싶어 했고,

잠자리를 구경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원하고 간 터라 해가 지기 전에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부모와는 달리 유주는

소소한 것에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육아할 때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생각은 정말 크고 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소소한 것에 있어 그 생각을 아이들에게 경험시켜주지 못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아빠로서 유주에게 겸손해지고 싶습니다.

높은 생각에서 내려와 유주의 큰 관심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저도 유주의 관심사를 중요하게 느끼고 즐기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소소한 일이지만 그땐 그렇게 재밌고 의미 있던 일이었습니다.

지금 유주가 의미 있게 느끼는 이 소소한 일들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싶습니다.

이런 기다림으로 유주와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면 나의 생각을 경험시켜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는 육아가 아닌 유주의 관심사를 더욱 다양하게 확장시킬 수 있는

뜻깊은 육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