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고 하면 잘 자라나?
자는 게 싫은 3살 아이
아기들은 자라고 어느 때가 되면 잠자는 것을 싫어한다. 눈에 잠이 가득한 것이 한눈에 보이지만 아이들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 3살짜리 내 딸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부터 재워줘도 싫다고 한다. 아기 때는 잠을 재우기 위해 형광등을 끄고 안던, 누워서 토닥여주던 어떻게 서든 재웠는데 언젠가부터는 불을 켜라고 생떼를 부리고 이제는 스스로 의자를 밟고 올라가 꺼놓은 방 불을 켜고 논다. 아이가 켜놓은 불을 다시 끄고 자는 시간이라고 엄하게 다스려봐도 아이의 주장을 더욱 강해지고 투정만 더 늘어날 뿐이다. 그 마음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다. 결국엔 '9시가 넘어서 불 켜면 경찰 아저씨가 찾아온다'라고 협박 아닌 협박과 거짓말을 해가며 아이의 생각을 꺾지만 결국 아이 마음엔 아쉬움과 섭섭함을 가득 안고 억지로 잠에 들뿐이다.
아이가 잠잘 시간에 자야 한다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찍 자야 아이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과 다음 날 어린이집 등원 시간에 늦지 않게 일어나기 위해, 무엇보다도 아이가 빨리 자고 육퇴(육아 퇴근)를 해야 비로소 부모에게 자유가 생기고 그 시간에 하루 동안 육아로 소진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아내와 이야기하던 중 더 이상은 아이를 재울 때 울리거나 안 좋은 감정으로 잠을 재우지 말자고 협의했다. 잘 때마다 감정 소모를 하며 잠드는 아이를 볼 때마다 부모도 마음이 좋지 않고 무엇보다 아이가 잠자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까 걱정이 돼서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아이가 좋은 감정으로 잠에 들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을 가지고 오랫동안 생각을 했다. 수많은 답들이 지나갔지만 나는 '왜 아이는 잠자기 싫어할까?'와 '아이가 졸린 눈으로도 잠을 자지 않고 무엇을 하나?' 이 두 가지 질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아이를 재우기 위해 불을 끄면 아이는 자기 싫다고 하며 불을 켜달라고 한다. 불을 켜주고 무엇을 하나 유심히 살펴보면 아이는 그전에 재밌게 놀고 있던 놀이를 계속해서 하자고 하던지, 새로운 놀잇감을 찾아 놀자고 하기 시작한다. 가끔은 배고프다고 할 때도 있었다. 결국은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아이는 어떤 욕구를 채우고 싶은 것일까? 나는 아이가 즐겁게 노는 것에서 자신만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놀도록 해봤지만 아이는 부모에게 같이 놀자고 할 뿐이었다. 그래서 같이 자정이 넘도록 놀아줘 봤다. 그래도 아이는 계속 놀자고 했고 결국 또 아쉬움 마음과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잠에 들었다. 나는 느꼈다. 아이는 단순히 놀고 싶은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편안한 정서를 형성하고 싶은 거였구나. 나는 아내에게 제안했다. 밤에 아이를 재울 때 잠 자기 좋은 조도와 분위기를 만들고 침대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하자고. 그리고 그 활동을 통해 잠자는 것이 자연스럽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시작된 좋은 감정으로 잠재우기 미션.
첫날은 어릴 적 부모님께서 잘 때 책을 읽어주신 기억을 살려 침대에 책 10권을 들고 와 올려놓고 읽어주었다. 다행히 아이는 책의 그림과 내용에 관심을 갖었다. 한 권, 두 권 읽을 때는 적극적으로 흥미를 갖으며 책 읽기에 동참하더니 아이가 점점 침대에 누워 책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때 때맞추어 잠자기 내용의 책을 꺼내 읽어주었다. 그 책을 다 읽어주자 아이는 하품을 하며 점점 눈을 감기 시작했다. 그래도 모르 척하고 계속해서 다른 책을 읽었다. 책을 읽던 도중 아이는 잠들어 있었다. 정확히 책을 읽기 시작한 지 30분 만에 잠들었다. 좋은 감정으로 잠재우기 미션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리고 다음날, 똑같은 방법으로 책을 읽어주었고 아이는 45분 만에 잠들었다. 그래도 끊임없이 활동적으로 놀아주고 자정 넘어서 까지 놀아주고 아쉽게 재우는 것보다 45분 책 읽어주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재울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리고 다시 다음날 밤, 이렇게 매일 책을 읽어주면 좋은 감정으로 잠에 들 수 있겠지?라고 생각할 때 역시나 아이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다 잠드는 것이 자존심이라도 상한다는 듯 책을 읽다 말고 인형으로 상황극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했다. 어떻게든 다시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꿋꿋이 책을 읽었다. 결국 아이는 인형을 들고 침대 밖으로 나갔다. 이처럼 육아는 어렵다. 나는 다른 인형을 들고 다가가 인형으로 놀아주며 다시 침대로 올라오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침대에서 아이의 상황극에 맞추어 놀아주었다. 조도는 잠자는 분위기에 맞추어 형광등보다는 어두운 상태였지만 침대에서 인형놀이는 굉장히 역동적이었다. 나는 은근슬쩍 인형놀이를 책 읽기로 다시 유도했다. "우리 같이 책 읽으러 가자~ 난 여기서 아빠가 읽어주는 책 볼래~"라며 인형을 아이 베개 옆에 뉘어놓고 인형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이는 자신이 들고 있던 인형을 들고 와 내가 내려놓은 인형 옆에 내려놓고 자신도 침대에 누웠다. 나는 바로 잠자기 내용의 책을 소곤소곤 읽어주며 아이에게 주문을 걸었다. 아이는 하품을 하기 시작했고 눈꺼풀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아이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아이가 잠을 자지 않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겠지만 나는 3살짜리 딸을 재우며 느꼈다. 지금 엄마, 아빠와 좋은 정서를 형성하고 싶구나. 그게 이 아이에게 필요한 욕구구나. 나는 그 후 잠잘 때뿐만 아니라 아이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최대한 아이에게 맞춰주며 좋은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잠은 하루 동안의 뇌의 상태를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렇게 아이가 하루 동안 느낀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맞이할 때 아이가 좀 더 평온하고 행복하게 잠들 수 있다면 아이가 잠자면서 이뤄지는 다양한 성장에 더욱 효과적인 에너지가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건강한 부부가 되기 위해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를 다 털어버리고 평온한 잠을 잘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아야겠다.
어쩌면 내 안에도 잠자기 싫을 만큼 불타오르는 욕구가 있는데 자야 한다는 생각에 그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억지로 자고 있지는 않나 돌이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