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크게 보면, 지구인도 이방인 아닌가?

by 글쓰는 아재
KakaoTalk_20210520_232856944.jpg 자연환경은 매우 좋은 곳이다




내 고향은 인구가 약 7만 명 정도인 작은 도시다. 전체 면적의 5%인 시내 동 지구에 인구의 절반인 약 4만 명이 모여 산다. 시내는 걸어서 한 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다. 시내 구역을 벗어나면 산과 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4만 명은, 서울의 번화가 하루 유동 인구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서울에 올라와 처음 맞이한 건, 사람, 사람, 사람 또 사람이었다. 엄청난 양의 낯선 정보가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처음 몇 년간은 일종의 데이터 과부하 상태였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얼굴, 새로운 말. 시간이 흐르면서 낯섦의 강도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 내 진짜 집은 저 아래 어딘가에 있으니까. 서울이 아무리 익숙해도 고향보다 익숙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줄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고향이 익숙하지 않았다. 유령도시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쥐 죽은 듯 조용한 거리. 그 거리에 드문드문 보이는 느리게 움직이는 노인.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풍경. 왠지 듣기만 해도 기분이 나쁜 상점 주인의 강한 사투리.


결국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는 이방인이 되었다. 고향은 고향대로 낯설고, 서울은 서울대로 낯설었다. 그게 너무 외로울 때가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진탕 취해서 기분이 좋다가도, 집 어귀 골목길에 들어서면 또 너무 낯설었다. 그렇다고 이제 마음 편하게 돌아갈 포근한 고향도 없었다. 이렇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나. 바보처럼 골목에 쭈그려 앉아 울었다. 그마저도 익숙지는 듯했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꿈을 가지고 살면서, 완전한 이방인이 되기를 작정해야 했다. 이번엔 도시가 아닌 평범한 삶과의 결별이었다. 이 커다란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하면서, 한 번씩 울어버리기도 하면서, 이방인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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