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테이블 위의 시간

가족이라는 묶음

by 앤의하루

제목은 알 수 없지만, 들으면 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것을.

통창 너머로 들어오는 날씨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다.

새하얀 눈이 슬로우 조깅하듯 내려올 때라면 몰라도,

오늘의 날씨가 보여주는 풍경은 그만큼 친절하지 않다.


곧 지필고사인 아들은 수학선생님에게서 꽤 많은 분량의 과제를 받아왔다.

패드 위에 고개를 묻고, 손에 들린 펜은 쉬지 않는다.

나는 그 맞은편, 같은 테이블에 앉아 글을 쓴다.

이따금, 참 착한 아들이다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오늘처럼.

"감시하는 것 같아."

함께 가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싱긋 웃어 보이는 아들.

그것만 아니면 같이 가준다는 뜻이라는 걸 나는 안다.

(캔바 생성형 이미지)


보름달처럼 큰 조명 3개가 천장에서 내려와 카페는 감성 가득한 분위기를 만든다.

넉넉한 4인 테이블.

따뜻한 라테 한 잔.

복층 구조의 카페는 각자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어준다.

품은 울림통이 되어 조금은 높은 데시벨의 소리들을 만들어낸다.

내려다보이는 통창에서는 노란 귤이 매달린 귤나무가 보이고 방풍나무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 너머로 보이는 사라봉 오름이 크리스마스트리인 양 반짝거린다.

테이블 위에 놓인 암 스탠드에서 떨어지는 노란 조명 빛이 비어 가는 커피잔을 비출 때

오히려 마음은 꽉 채워지는 느낌을 준다.

아들은 펜을 놓지 않고, 나는 문장을 고친다.

창밖의 날씨와 상관없이 이 자리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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