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색으로 살아간다.
‘컬러 인사이드’는 일상, 예술, 브랜드, 디자인 등 다양한 컬러의 의미를 알아보는 책이다. LG전자에 입사해 휴대폰, 가전 등 다양한 전자제품들의 컬러와 소재를 발굴하고 적용하기도 하고, CMI의 대표로 국내와 유럽, 중국의 회사들과 컬러 및 소재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20년 차 CMF 디자이너 황지혜의 냉철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아홉 가지 컬러를 설명한다.
컬러를 인간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있을까? 녹음이 짙은 산과 새파란 하늘로 이루는 자연이 곁에 있는 이상 우리는 색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화가나 디자이너 등 특정 직업만이 컬러를 다룰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컬러를 다루고 있다. 내일 무엇을 입을까? 색 조합을 생각한다. 컬러란 그런 것이다. 흔하게 접하기 때문에 익숙한 것. 익숙하기에 많은 사람에게 의미를 전할 수 있는 것. 우리는 색으로 살아간다.
우리는 나들이에 갈 때와 장례식장에 향할 때 모두 같은 옷을 입을 수는 없다. 색이 지닌 분위기와 의미가 있고 우리 사회는 그것을 하나의 약속으로 본다. 모든 의복이 약속에 기반을 두지는 않지만 우리는 기분, 날씨에 맞는 컬러를 택한다. 그래서인지 현재 눈앞의 옷장에는 다양한 색의 옷이 걸려있다. 빨간 체크 블라우스는 봄에 입고 연한 파란색의 셔츠는 여름옷이다. 짙은 갈색의 니트는 늦가을부터 입기 시작하고 옅은 베이지색의 패딩과 무스탕 같은 외투는 겨울에 걸친다. 나의 봄은 강렬하고 여름은 청량하며 가을은 차분하고 겨울은 포근하다. 나는 사계절을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다. 의복의 컬러란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인 표현법이다.
‘컬러 인사이드’가 단번에 좋아진 이유 중 하나는 아마 영화, 공연, 회화 등 예술작품에 드러나는 컬러를 소개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물랑루즈’에 등장하는 레드와 그 색이 가진 의미의 변화가 흥미로웠고 ‘위키드’가 재조명한 마녀의 ‘초록’이 환상적이었다. 클림트의 눈부신 금빛 그림의 탄생 배경을 알게 되니 더욱 찬란해 보였다. 컬러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무수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렇듯 우리는 실생활에서부터 예술작품까지 컬러의 영향을 받는다. 삽화 한 장 포함하지 않은 소설책도, 듣는다고 생각하는 음악조차도 시각적 요소인 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책을 고를 때도, 노래를 골라 들을 때도 표지와 아트워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책과 음악의 소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아도 향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한 맥락 속에서 생각해보자면, 바닐라 어쿠스틱의 ‘코발트 블루’를 처음 접했을 때가 잊히지 않는다. 음반과 동명의 타이틀곡 ‘코발트 블루’를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듯한 새파란 아트워크가 눈길을 끌었다. 그와 보색인 노란색으로 쓰인 ‘Cobalt Blue’가 한눈에 보이기도 했다. 차분한 인상을 주는 블루가 어쿠스틱 송의 느낌을 잘 담아냈다. 동시에 블루가 가진 차가운 느낌이 노래의 쓸쓸함을 부각했다. 색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인 덕에 더욱 잘 어울리는 아트워크가 탄생한 듯하다. 마치 노래를 그려놓은 듯한 아트워크가 바닐라 어쿠스틱의 ‘코발트 블루’를 완성한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것들에서 컬러를 힘을 찾아볼 수 있다. 컬러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브랜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우리는 자각하지 못한 채 그것에 이끌려 소비하고 있다. ‘컬러 인사이드’는 컬러 이야기를 풀어내며 컬러의 영향력을 전한다.
색채가 사라진 세상에 산다면 어떠할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가을바람이 푸르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망고 스무디가 유달리 상큼해 보이고 기분 좋아지게 한다는 것을 모른 채 마셨을 것이다. 선홍빛으로 물든 귓바퀴가 사랑스럽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색채가 없는 삶이란 이렇다. 반대로 색채가 있는 삶은 그렇게나 풍요로울 수 있다. 색채가 주어진 삶 속에서 다채롭게 살아가자. 우리의 삶은 생각하는 것보다도 다채롭게 빛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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