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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월 Feb 07. 2024

사랑이 지킨 꿈의 이야기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2019년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웰메이드 작품으로 자리 잡았던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가 2024년 1월 개막 소식을 전하며 다시금 돌아왔다. 이탈리아의 작은 바닷가 마을 ‘마나롤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너를 위한 글자>는 오는 2024년 1월 16일부터 3월 31일까지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4관에서 공연된다.




남들의 비난에 갈피를 잃은 이를 위로하고, 재능이 있지만 잃어가는 시력에 꿈을 포기하려는 이를 응원하고, 남들이 함부로 성공의 기준을 재단하는 이에게 꿈꿀 기회를 만들어준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우정이든 동경이든 그 순수한 마음은 애정이고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가 첫사랑이었고 사랑에 보답하고 사랑으로 응원하는 이야기. 사랑이 지킨 꿈의 이야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는 ‘꿈’을 간직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눈물이 나도록 간절하게 바랐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 꿈을 향해 이러저러한 길로 걸어가는 중에 비난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면, 확신할 수 없는 길처럼 보였다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꿈이 부합하지 않았다면 공감할 것이다. 투리와 캐롤리나, 도미니코의 꿈과 고민에 자신을 투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보다 빛이 잘 어울리는 캐롤리나에게 어둠이 찾아왔다. 글을 쓰는 것이 꿈인 그녀에게 시력을 잃게 된다는 사실은 꿈을 앗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꿈을 포기해야 하는 그의 상황이 빠르게 밀려와 다가왔다. 과거를 건드렸다. 원하던 것을 이룰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시간이 생각났다. 그것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며 존재를 부정당했고 삶의 이유가 사라졌다. 당시 응원해주는 이들이 없었다면 나의 공간에 나를 가둔 채 살아갔을지도 모르겠다. 캐롤리나가 다짐했던 것처럼 원하는 것을 간직하기만 한 채로 영원한 어둠 속에서 살아갔을 듯하다. 도미니코에게 도움을 청하며 캐롤리나의 꿈을 위한 발명품을 만든 투리와 마찬가지로 그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부탁하고 응원한 도미니코. 그들의 진심이 캐롤리나의 꿈뿐만 아니라 이미 지나간 나의 과거까지 위로해준다.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을 받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이 작품이 아직 어둠에 있는 사람에게 빛이 될지도 모른다.


시력을 잃고 꿈이 짓밟히는 상황을 전해야만 하는 이야기임에도 <너를 위한 글자>는 무겁지 않다. 투리와 도미니코는 온 마음을 다해 싫어한다기보다 티격태격하는 관계에 가깝다. 그리고 그 아웅다웅한 모습에 웃음꽃을 피우게 된다. 그렇게 많은 관객의 웃음소리가 퍼진다. 웃음소리가 흩어진 자리는 훌쩍이는 소리로 메워지지만, 이내 다시금 웃음소리가 섞여든다. 이것이 <너를 위한 글자>의 또 다른 매력이다.


‘타자기’라는 분명한 오브젝트로 끝맺는 이야기다. <너를 위한 글자>는 19세기 초, 이탈리아 발명가 ‘펠리그리노 투리’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이라고 한다.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확실한 끝맺음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결말은 관객이 희망을 얻게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과 불투명한 미래가 다 괜찮을 것이라고 위로하고 응원한다. 막이 내릴 때쯤 그 위로와 응원은 아주 소중해진다.




소리에 예민한 투리가 수다쟁이에 쿵쾅거리기까지 하는 캐롤리나를 미워할 수 없었던 것과 같다. 이미 지나간 꿈이라고 할지라도 꿈을 간직하기에 그쳤던 이들은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다. 꿈을 꺼내볼 수밖에 없다. 그를 삼켜야 했던 지난 시간이 아프더라도 꿈 자체를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캐롤리나의 꿈을 응원하게 되는 투리처럼 묻어두었던 꿈을 다시금 사랑하게 된다. <너를 위한 글자>는 말한다. 설령 그 형태가 달라질지라도 당신이 사랑하는 꿈을 잃지 말라고, 그렇게 우리의 꿈을 응원한다. 결국에는 언젠가 다시 사랑하게 될 꿈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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