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즉시 종합 베스트셀러, 예술 분야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며 큰 사랑을 받은 ‘기묘한 미술관’의 후속작 ‘더 기묘한 미술관’.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진병관이 명화 속 미스터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아르놀트 뵈클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죽음과 자화상>
익숙한 자화상이었다. 다른 미술서에서 보았던 그림이다. 두 미술서에서는 모두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바라본 뵈클린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페스트>를 시작으로 뵈클린에 대하여 알아갔던 것과는 다르게 ‘더 기묘한 미술관’에서는 해당 자화상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두었다. 또한, 그의 대표작인 <죽음의 섬>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총 다섯 점의 작품이 어디에 있고 몇 번째 작품이 소실되었는지, 당시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서술하고 있다.
‘죽음’과 가까웠던 그에게도 잠시 낭만적인 그림으로 돌아간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 이유를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를 오로지 ‘죽음’으로만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달가웠다. <페스트>라는 그림을 그리기까지 그의 생에 죽음만이 존재한 것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곤 실레, <이중 자화상>
‘위태로워서 더욱 아름다운’, 이 챕터의 소제목이다. 그의 그림은 바라보고 있으면 어딘가 위험한 느낌이 들고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눈을 뗄 수 없다. 에곤 실레의 <이중 자화상> 역시 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림 밖을 바라보는 시선에 얽매인 듯 한참을 바라보다 보면 두 남자가 한 사람의 자화상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에곤 실레는 빈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화가이면서도 작품과 달리 언제나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서 나서고는 했다고 한다. 이를 “그는 그림 속에서는 물론 실제 삶에서도 이중성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한다. 하나로 확언할 수 없는 이중성을 통해 쉽게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전한다.
이러한 그림을 그리던 화가 ‘에곤 실레’가 어떻게 작품 활동을 이어갔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묘한 느낌의 뒤편에 어떠한 시간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평면적인 감상이 입체적인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존 에버렛 밀레이, <오필리아>
‘햄릿’ 속 장면만큼이나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그림이다. 미술의 문외한조차도 이 그림은 한 번쯤은 스치듯 봤을 것이다. 모델이 되었던 이가 물속에 오랜 시간 누워 있어 감기에 걸렸다는 이야기 역시 이 그림을 따라다니는 유명한 일화다. 그랬기에 더욱 궁금했다. 4관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지녔을지 알고 싶었다.
밀레이가 이러한 작품을 그리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 이전에 해당 그림이 어떠한 장면인지, ‘햄릿’은 어떤 이야기인지 요약하여 소개한다. 이후에 그의 작품 활동의 근간이 되었던 라파엘전파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그림 속 가득한 꽃과 식물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햄릿’ 속 오필리아의 슬픔과 아픔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던 그림이다.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의 머리 위에 드리워진 버드나무가 어떠한 의미인지, 그 주변의 쐐기풀과 제비꽃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슬픔과 공허함이라는 감정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말레이가 그린 <오필리아>는 마치 ‘햄릿’의 이야기를 압축하여 담은 듯했다.
어떠한 전시관에서도 도슨트의 해설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작품 아래 쓰인 설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설이 있었기에 작품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 기묘한 미술관’을 통해 친절한 도슨트와 함께하는 전시 관람은 어떠한가. 총 다섯 개의 관에서 잊지 못할 감상을 선사할 그림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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