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 고개를 내밀다.
임신과 출산은 나를 휘몰아치듯 바꿔놓았다.
가장 큰 변화는, 마치 빵빵한 베개를 안에 넣어둔 듯한 배였다.
얼마나 컸냐 하면, 만삭 진료 때 의사 선생님이 내 배를 보시더니 물으셨다.
“주수에 비해, 아기 몸무게에 비해… 배가 꽤 큰데, 한번 만져봐도 될까요?”
아마 양수가 많은 건 아닌지, 아기 체중을 잘못 측정한 건 아닌지 의심하셨을 거다.
하지만 아니었다.
물컹하게 잡히는 뱃살, 그저 내 살이었다.
59kg에서 시작한 몸무게는 만삭에 81kg까지 치솟았다. 170cm가 넘는 키에 80kg.
그 모습은 상상에 맡기겠다..
내 인생에서 몸무게 앞자리가 ‘8’로 시작되는 날이 올 줄이야. 한때 태풍에 날아가는 '태풍녀'를 꿈꾸기도 했는데.. 태풍 따위인 몸이 되고 말았다.
노산이었기에, 의사 선생님은 내게 늘 말씀하셨다.
“스트레스 절대 받지 마세요.”
늘 곱디고운 표현으로 기분좋게 해주시던 선생님은 결단을 내리셨다. 스트레스보다 더 심한 게 있다는 걸 아셨던 거다.
바로 나 자신.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몸을 내가 미워하게 될까,
그 순간, 우울하게 변해버릴.. 나를
누구보다 염려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러다가 산후우울증 옵니다. 몸무게 관리합시다. 밤에는 계란 두 개, 우유 하나만 드세요.”
만삭 임산부에게 ‘다이어트 특명’이 내려졌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기회만 나면 불판 앞에서 고기를 구웠다. 선배 엄마들이 아기를 낳으면 절대 못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고깃집이라며 뭐든 불 피우는 곳으로 가라 했다.
드디어 아기를 낳았다.
몸무게는??
딱 아기 무게만큼만 빠졌다.
양수는 아직 남아있나.. ?
물이니 제법 무게가 나갔을 텐데…
물이라서 서서히 마르나...
결국 살은 안 빠지지 않았다.
딱 너의 무게 3.25킬로만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진짜 우울하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사실이었나 보다.
나. 산후우울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