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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Apr 18. 2023

테크X육아X노인 = BABA LAB 스토리

커뮤니티를 통한 혁신 3

쿠와하라 시즈 @greenz





"체력이나 기력이 떨어져 가는 가운데 그래도 10년 이상 남은 인생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생각했습니다.  가능하면 끝까지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어디엔가 누군가를 위한 역할이 있어, 모두와 일하고 활약을 할 수 있는 교류가 있어서. 건강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BaBa lab 대표 쿠와하라 시즈








말로 하는 컨설팅에 한계를 느껴 경험을 선택하다


BaBa Lab. 할머니들의 연구소라고 해야 할까요. 이 기관을 만든 쿠와하라 시즈씨는 원래 웹 디자이너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미디어를 통해 한 지역의 노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고구마 잎을 판매해서 지역의 활력을 되찾은 기사를 접하게 됩니다. 이런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먼저 NPO기관에서 일하면서 커뮤니티 비즈니스 컨설팅이나 사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요. 말로 하는 컨설팅에 한계를 느끼고 커뮤니티의 현장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경험을 해야 지원도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5년간의 컨설턴트 활동을 그만두고 만든 것이 지금의 BaBa Lab입니다. 워킹맘으로 딸을 부모님의 손에 맡겨야 했던 그녀는 부모님으로부터 '육아용품을 사용하기 어렵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어머니가 젖병을 잘 못 사용해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는 모습을 발견하고 "할머니들이 할머니의 경험을 살려 스스로 사용하기 쉽고, 사용하고 싶은 육아용품을 만드는"일을 꿈꾸게 됩니다. 


할머니들의 지혜를 살려 할머니들의 용돈을 벌어드리고 싶다는 간단한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첫 시작은 아주 힘들었다고 합니다. 지역의 로컬 비즈니스 대회에도 출전해 봤지만 거창한 목표라는 코멘트와 함께 1차 탈락이웃에 말을 걸고, 전단지를 뿌려도 사람은 전혀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신문에 할머니들이 일할 수 있다는 기사가 나면서 조금씩 사람이 모여들었습니다. 



노인의 경험으로 노인이 만드는 제품


그리고 첫 히트작인 '포옹 이부자리'가 개발됩니다. 



포옹 이부자리는 팔 힘이 약한 고령자가 아이를 가장 편한 자세로 오래 동안 받쳐 안을 수 있도록 제작한 제품입니다. 이 이부자리는 특히 아이를 안는 것을 두려워하는 할아버지들에게 유용했다고 합니다. 아이를 안는 자세가 익숙하지 않아서 노년의 육아를 통해 팔목이 아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착안해 아이와 노인에게 가장 포근한 자세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두 번째 히트작은 '손이 편한 젖병'입니다. 


분유를 먹이기 위해서 오랜 시간 젖병을 들고 있는 것이 곤욕인 고령자를 위해서 동그란 원형이 아닌 꽃 모양으로 자연스러운 그립감을 만들고 계량을 정확히 할 수 있도록 커다란 눈금 표시도 넣었습니다. 이 제품은 지역의 공대 디자인 학과와 3년 이상의 개발 기간을 거친 제품입니다. 전문가가 디자인하고 할머니들이 사용하고 의견을 더하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를 반복해서 2016년에 'Kids design award'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제품의 개발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쿠와하라 시즈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업 시작부터 분유병을 하고 싶었는데, 공장 아저씨들에게 아마추어가 분유병 같은 것을 만들 수 없다는 서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령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부터 해결하고 싶었어요. 많은 고생을 하고 5년 정도 걸렸습니다."


제품으로 부터 수입을 얻게 된것도 제품 개발 이후 4-5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혁신의 맥락 : 내가 나이 들었을 때 동네에 있었으면 하는 공간


일본이 고령자의 나라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동시에 늘어난 것은 바로 고령자 육아입니다. 일본도 자연스럽게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육아를 도맡는 고령자들의 인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인데도 고령자를 위한 육아 용품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전문적인 비즈니스로 성장시키면 좋을 텐데 왜, 커뮤니티였을까요? 


쿠와하라 시즈씨에게는 사업을 하다가 사람을 소외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피하고 싶은 일이었던 것입니다. 할머니들에게 수공예라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활동이고 누구나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BaBa lab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제품의 생산과 판매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BaBa lab의 모습 @Greenz


이러한 생각은 BaBa lab의 구성원을 소개하는 소개 문구에서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BaBa lab 홈페이지

히로코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디어가 많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BABA lab 사이타마 공방의 스태프에 합류한 것도 야마시타 씨가 첫 번째입니다. 수공예 기술은 매우 뛰어납니다. 







@BaBa lab 홈페이지


기누코 할머니는 어떤 분?


웃는 얼굴이 아름다운 기누코 할머니는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육아맘들의 부적 같은 존재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아이들의 편입니다. 집에서 BABA lab 사이타마 공방까지는 손수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출퇴근한다. 아침에 가장 먼저 와서 모두를 지켜봐 주는 존재입니다.





공방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지역의 시니어들을 위한 작업 센터들과 유사한 점이 있는 BaBa lab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작업장과는 달리 공간의 운영의 원칙,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곳의 공간이 특별해집니다. 


(시니어 직업센터와) 다른 점이라고 하면, 다른 곳들은 일이 있어 일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라면 여기는 모여온 사람이 있어서, 일이나 역할을 만들어 갑니다. 예를 들면 80세의 할머니가 와서, 재봉을 좋아합니다만 뭔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까? 하고 말했을 때 노안이 진행되고 손이 자유롭지 않아서 재봉틀 작업은 어렵다면, 아주 정교하지는 않아도 되는 덤으로 드리는 수공예 품은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다림질이라면 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던가. 모여 준 사람에 맞춰서 무언가 일의 역할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날도 시간대도 자유입니다. 들른 김이 모두와 차를 마시거나, 작업의 사이에 아이와 놀아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모두가 하고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단지 놀러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어요. 


'하고 있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단지 놀러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라는 지점이 인상 깊습니다. 아무리 열린 공간이라 이야기하더라도 항상 이유 없이 찾아오는 것은 사람들에게 부담일 수 있습니다. 단지 모두에게 오픈되었다는 개념 만으로 편안한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오히려 작은 일이라도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며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서 이 일과 공간을 함께 가꾸고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기누코 할머니는 "처음은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빨리 와서 방을 덥혀놓고, 차를 끓여 놓는 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말합니다. 일이라는 것이 생계의 차원만 있는 것이 아닌 자존감과 자아실현의 차원에서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있다는 것을 이 공간은 서로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들었음에도 한걸음씩 아직도 발전할 수 있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는 것이 서로에게 큰 기쁨이 되는 공간이 바로 BaBa lab 입니다. 쿠와하라 시즈 씨는 지역에 '빈 집'들이 있는 것 처럼 '빈 사람'들도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 매력이나 능력이 발휘 되지 않은채 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 경험과 지혜 그리고 매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BaBa lab의 오늘


BaBa lab은 아직도 계속 혁신 중입니다. 아주 대단한 성과로 세상을 변화시키거나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대 히트작을 만드는 작업장은 아니지만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역할을 되새기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역시 커뮤니티의 장점은 사람이기 때문에 마치 시부야대학이 젊은 사람들의 모임으로써 가치를 지니듯이 BaBa lab은 고령자의 모임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한 활동을 구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구조를 생각하는 장의 운영'이라는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오랫동안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사회'라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대화와 학습의 '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시니어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이벤트나 학습을 기획하고 고령자에 필요한 지역 서비스 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웹개발자였던 쿠와하라 시즈 씨의 경험을 살려 시니어 테크를 위한 서비스 개발도 준비합니다. 이와 같은 시도는 '구조를 형태로 만드는'시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BaBa lab이 오래 사는 것이 나쁘지 않은 사회를 위한 구조로서 시니어를 위한 커뮤니티의 한 형태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나가며


BaBa lab은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이 많은 사례입니다. 과연 우리 사회에 고령자를 위한 제대로 된 커뮤니티가 작동하고 있는 사례는 얼마나 있을까요? 1인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빈곤 노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에서 우리도 고령자를 위한 장소 만들기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을 BaBa lab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나이들것이고 우리도 다른 사람이 더 필요한 나이가 될 테니까요. 그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입니다. 고령자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만 남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작은 능력이라도 돋보이게 만들고 인정해 주는 사회. 상호 돌봄이 전제가 된 커뮤니티가 중심에 있지 않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내일인 것 같습니다. 



*참조

BaBa lab 홈페이지 (http://babasaitama.com/)

BaBa lab 기사(https://greenz.jp/2015/03/16/babalabo/)

쿠와하라 시즈 인터뷰_1 (https://www.exa2011.net/mebius-kuwahara/)

쿠와하라 시즈 인터뷰_2 (https://kaigo.homes.co.jp/tayorini/interview/baba-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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