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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관계 속에서

손원평 [프리즘]

by 파란하늘





작가의 글솜씨에 반해서, 누군가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 물으면 손원평이라 대답해야지 생각했다.


"매일 어딘가에서 사람들이 죽고 아이들이 버려지고 백골이 된 독거인의 시신이 발견되고 천재지변과 예기치 못한 사고가 범람하는 세상이잖아. 그렇게 보면 유일하게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일상이 무너지지 않음에 감사하는 일인 것 같아. 보잘 것 없이 하찮고 멋도 향도 없는 일상이지만."


일상은 소중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숨을 쉬고, 밥을 먹는 지극히 평범한 하루하루가. 해야 할 일, 가야 할 곳, 만나야 할 사람이 있는 일상이 무너지지 않고 있음이 늘 감사하다.


"호계는 무심한 듯했으나 그가 던지는 말들은 사포처럼 예진의 마음에서 윤기를 앗아갔다."


무심히 던지는 말이 사포 같단다. 누군가에게서, 누군가에게 나는 얼마나 많은 사포질을 당하고, 사포질을 했을까? 말을 많이 하지 말자 늘 다독이면서도 어쩌다 나도 모르게 뱉어내는 말들을 도로 삼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그럭저럭 괜찮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척하고 있지만, 실은 하나에서 열까지 자신이 선택한 연애에서마저 엉망진창인 현재 상태를, 내면으로의 집중이 두려워 외부로만 공전하는 어리석음을 우회해서 비판받는 느낌이었다."


비닐 안에 담긴 쿠키를 바라보며, 실은 잘 포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저렇게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건 아닌지 재인은 걱정한다. 나 또한 그렇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지만 아무렇고, 괜찮은 척하지만 괜찮지 않은, 그런 일들. 들여다보이고 들 다 보고, 다들 그러면서 사는 건 아닌지.


"이제 호계는 사람 사이에 맺는 관계라는 건 자기 자신이 확장되는 것임을 깨닫는 중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단 하나, 언제고 끊어질 수 있는 관계를 수없이 맺으며 살아가게 될 거라는 점이다."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이어지고 끊기기도 하는 관계 속에서 상처받지 말자. 다가온 누군가에게 따뜻하고, 끊어진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자. 곁에 있는 이들을 빛내주는 사람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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