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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급여받는 삶 시작

쉼을 꿈꾸다

by 파란하늘

아침 첫 배로 섬에 들어가 막배로 나오던 일을 이제는 진짜 그만두어야겠다 마음먹었다.


무슨 일이든 한 가지 일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없다. 이런저런 마음 부침이 반복되어 일어나면서 ‘에이, 그만두든지 해야지’란 마음이 방울방울 쌓이다 찰랑거릴 때쯤, 별 의미 없는 하찮고 하찮은 일이 마지막 한 방울이 된다. 그날도 그랬다. 그 이야기를 쓰려면 누군가의 험담을 해야하는데, 그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니 넘어가자.

그럼에도 퇴직의 공식적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주말부부로 사는 남편을 팔았다. 남편이 혼자 사는 삶을 힘들어한다고, 더 이상은 어렵겠다 한다고. (사실이기도 하다) 일을 시작했으면 마무리까지 해야지 않겠냐며 계속 일하기를 권하던 사람들도 그런 이유에는 한없이 너그러워진다. 부부는 역시 같이 살아야 한다며 덕담까지 얹어준다.

자진 퇴사지만, 배우자 합가를 위한 사직은 실업급여의 사유가 된다. 부산 집 가까운 고용센터에 전화해서 필요한 서류를 물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마다 구비서류가 다 달라서 관할 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남편이 부산에서 근무한 지는 오래되었으나, 회사에서 내주는 집에 살았던 탓에 굳이 주소를 옮기지 않았다. 이번에 11월에 새로 이사를 하면서 주소를 부산으로 옮기기로 하였다. 남편 퇴직 후 부산에서 사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이다. (나는 고즈넉한 통영을 좋아하지만 도시를 좋아하는 남편은 아무래도 통영보다 부산을 선호한다.)


고용센터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는 준비할 서류를 알려주었다.

남편 재직증명서

남편 이사 전 주소의 입주확인서

이사 후 남편 초본, 본인 초본, 등본 각 1통

부산 집과 근무지 이동 거리 네이버 지도에서 출력


남편 재직증명서와 그동안 부산에서 살았다는 증빙으로 입주확인서를 살던 집 아파트에서 발급받았다. 이사한 후 남편 초본과 함께 퇴직 후 전입한 내 초본과 등본도 발급받았다. 부산 집에서 근무지인 사량도 사무실까지 이동시간을 네이버 지도에서 출력했다. 준비 완료


이사는 11월 27일에 했고, 나의 퇴직일은 11월 30일이다. 고용센터 방문해서 준비한 서류를 제출했다. 접수하는 사람이 전화상담 때는 없던 서류를 요구했다. 남편 주소를 옮긴 시점이 너무 짧아서 입주확인서로는 불안한 모양이다. 그전에 살던 아파트를 회사와 계약한 것을 확인하는 서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회사 이름으로 된 임차계약서를 팩스로 추가 제출했다. 게다가 사업주가 고용 상실 신고는 했는데, 이직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았단다. 그것까지 해야 신청이 완료된다고 하여 사업주에게 전화하여 이직확인서 제출을 부탁했다. 사업주가 사업장 관할 고용센터에 이직확인서를 제출하고서야 구직급여 신청이 완료되었다.


신고한 당일 교육을 들어야 하는데, 오후 3시에 있단다. 오전에 방문한 탓에 시간 텀이 너무 길었다. 당일 자정까지 인터넷으로 수강 가능하다 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교육을 들으려면 워크넷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전에 등록한 것이 있어서 자동으로 뜬다. 전과 달라진 부분을 수정하고 등록했다. 교육은 구직급여에 관한 내용으로 1시간 정도 들으면 된다.


이제 구직급여받는 실업자로서의 삶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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